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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국회/정진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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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국회/정진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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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백50회 임시국회가 초장부터 공전을 거듭,13대 전반기의 4당체제아래서도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을 연출하면서 시끄럽게 굴러가고 있다.서울시 예산의 전용시비에서 비롯된 느닷없는 여야 대치가 13대 후반기국회의 서두를 일그러진 모양으로 장식해가고 있는 것이다.

29일 밤 전날에 이어 어쩔 수 없이 정회를 선포해대는 의사봉 3타 소리가 차라리 리드미컬하게까지 들리는 와중에서 63세의 여당의원과 39세의 야당의원간의 멱살잡이,갖은 욕설과 비아냥거림이 침튀기면서 본회의장밖까지 쫓아나가는 기세등등함이 시야를 어지럽히는 국회본회의장이었다.

『체통을 좀 지키라』는 원로의장의 외마디 호통이 허공을 맴돌다가 곧 무색해져버리면서 또다시 단상 점거,야유와 고성 그리고 정회….

얼핏보면 야당측의 이틀째 계속된 「단상버티기」가 너무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수만 많았지 역시 속수무책인 여당의 빈곤한 대응이 한심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같은 힘겨루기가 향후 국회일정은 물론 장기적인 정국주도까지를 계산한 여야 모두의 물러서기 힘든 정치적 투쟁의 수순임을 감안할 때 오히려 섬뜩한 느낌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쟁점현안에 대한 이견으로 이번 국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가다간 법안처리 하나 변변히 못한 채 끝내 파행운영으로 회기를 맺지 않을까 걱정이다.

외견상 「예산전용」이란 새로운 쟁점이슈는 평민당이 움켜쥘 수 있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물론 진위에 대한 명쾌한 규명이 결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시원스런 해명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와 마찬가지로 속개되는 본회의에서 또다시 난장판이 재현된다면 「호재의 가치」는 그만큼 희석되고 여야 모두 따가운 여론의 화살만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쯤된다면 평민당으로서도 문제제기의 효과는 충분히 거둔 만큼 일단 국회운영을 정상화시켜놓고 상임위를 통해 각론을 해부하도록 하고,정부ㆍ여당 또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방청석을 나서며 『저들 의원들을 손볼 사람은 우리 뿐이야』라는 한 선거구민의 질린듯한 목소리를 다시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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