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결정… “위헌”내부판단 전제/「형법개정시안서 삭제」와 같은 흐름존폐여부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간통죄에 대해 30일 현직법관이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은 간통죄의 폐지쪽으로 기울고 있는 법조계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당사자의 신청이 없는데도 법관이 위헌심판제청을 한것은 법무부가 형법개정안시안을 마련하면서 간통죄를 삭제한 것과 같은 흐름이라고 할수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담당법관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위헌이라는 의심이 들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기 때문에 법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자체가 반드시 위헌이라는 자체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당사자의 신청이 있다해도 법관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될때 기각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법관의 직권제청은 『간통죄는 위헌』이라는 내부적 판단에 바탕을 둔 것으로 해석돼야할 것이다.
또 모든 재판은 담당법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관 한사람의 견해가 전체 사법부를 대변한다고 볼수 없지만 간통죄에 대해 사법부내에서 나온 최초의 공식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직권제청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이미 지난해 4월29일 간통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모씨(31)가 간통죄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고 낸 헌법소원이 계류돼 있다.
그러나 간통죄의 폐지에 대한 찬반주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어 헌법재판소도 1년여가 넘도록 결정하지 못한채 최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겨둔 상태다.
지난 4월16일의 이 사건 변론에서도 법학교수와 변호사들은 열띤 논쟁을 벌였었다. 위헌론자들은 간통행위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 및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인의 사생활중 가장 사적 활동인 성생활까지 국가가 강제할 수 없으며 간통에 대해서는 혼인계약의 위반으로 민사상 책임을 묻는데 그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위헌심판을 제청한 부산지법 김백영판사도 위헌론자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견해를 결정문에서 밝혔고 법무부 형법개정 심의위원회도 이같은 입장에 입각,형법개정 시안에서 간통죄를 삭제하는 등 법조계는 전반적으로 간통죄의 폐지 또는 위헌주장에 공감하고있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합헌론자들은 『혼인은 배우자들의 성적 성실의무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바탕으로한 성적 자기결정권도 이같은 의무의 범위내에서 제한돼야 한다』며 『간통 행위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및 비보호,혼외자녀 등 혼인을 통해 보호돼야할 이익을 침해하기때문에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합헌주장은 여성계의 대부분과 전통윤리규범을 존중하는 보수계층이 지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3월 서울의 만 19세이상 49세이하여성 6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5%가 「간통죄는 존속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고 특히 40대여성은 90%가 간통죄존속을 주장했다.
이처럼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인해 법무부에서도 선뜻 형법개정안을 제출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간통죄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입법조치보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먼저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인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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