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순조롭게 운영돼 가는 듯했던 임시국회가 서울시 예산의 선거자금 전용여부문제로 여야가 정면으로 대립,대정부질의를 이틀째 벌이지 못하고 공전되고 있는 안타까운 사태를 빚고 있다.문제의 발단은 평민당이 28일의 국회본회의 대정부질의를 통해서 지난 87년 대통령선거때 서울시의 대통령선거비용 69억원중 1억6천만원이 노태우 당시민정당총재 명의의 격려금으로 구청장과 동사무장에게 지출됐다고 주장,해명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대해 강영훈국무총리가 평민당이 제시한 증거서류가 누가 언제 작성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면서 명확한 답변을 유보하고 자세히 조사해서 추후 서면으로 보고하겠다는 미온적인 자세에 평민당이 불만,파상적인 의사진행방해로 국회가 공전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6공의 도덕성이 걸려있는 서울시 예산의 선거자금 전용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로 진상파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국회공전이 사태의 철저한 파악을 위해서도,산적한 현안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가 않기 때문에 국회를 하루빨리 정상화시킬 것을 여야당에게 촉구한다.
평민당의 주장대로 국민의 세금으로 거둬들인 서울시 예산을 집권정당의 대통령후보를 위한 선심지원비로 전용했다면,이것은 더러 있었던 예산의 전용사례와는 다르며 6공정부의 정통성과 도덕성마저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ㆍ여당은 이 문제를 한낱 야당의 정치성 폭로라고 가볍게 넘기지 말고 야당이 제시한 문건들에 충분한 답변이 될 수 있는 철저한 조사와 그 진상을 국민앞에 밝혀주기를 바란다.
민자당도 즉각 당직자회의를 열고 국회의 공전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끝에 진상규명을 서두른다는 방침을 세웠고 총리실도 제4조정관을 반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반」을 구성했다는 소식에 그 결과를 기대하며 그 진위가 곧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국조권의 발동을 내세우고 있는 야당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일단 정부측의 진상조사후의 해명을 듣고 관계상위나 특별위를 구성해서 차근차근 따져 본 뒤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국조권발동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야는 지자제선거법을 비롯한 민주개혁입법과 민생문제등 국회가 다뤄야할 안건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똑바로 인식하고 하루빨리 공전되고 있는 국회를 정상화시켜 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사실 이번 국회에는 국민의 각별한 관심이 걸려있었다. 13대 국회가 후반부로 접어든다는 시점상의 의미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우리 사회 스스로가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때문에 우리 정치의 헌신적인 기능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힘들게 연 국회는 아직 본회의수준이긴 하지만 그런 질문에 그런 답변식의 반복으로 국민의 기대의 핵심에 접근조차 못했다는 느낌이다. 국민들이 지금 고대하는 것은 우리의 현안들이 하나둘이라도 풀려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국회를 열어 여야 협의속에서 예산의 전용문제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듣는 것도 결코 예외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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