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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판매대학/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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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판매대학/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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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장사로 비유하면 어떨까. 좀 안됐지만,이 경우의 대학은 고등교육을 파는 일종의 서비스업에 속한다. 그것이 다른 서비스 업종과 다른 것은 대학의 고등교육 서비스를 받자면 입학허가에 의한 회원권이 있어야 하는 것과,일정기간의 서비스를 받고 나면 그 성과의 표시로서 학위를 주는 것이다.지금은 워낙의 고학력사회라서,대학의 회원권이나 학위가 지니는 효용이 매우 크다. 많은 사람이 그 회원권과 학위를 사회적 지위의 상징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그 회원권을 얻기 위한 과과외등의 품과 비용,학위의 대가인 등록금 부담을 마다 않는다. 이것이 대학존립의 경제적 기초다. 대학의 회원권과 학위는 대학이라는 서비스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특권인 것이다.

자칫 대학은 그같은 특권위에 안주하기 쉽다. 안주가 지나치면,교육의 부가가치가 아니라,회원권과 학위만을 파는 지경이 된다. 대학 스스로의 높은 학문적 기반이 없이,또 일정 수준의 학문적 성취를 요구함이 없이,회원권과 학위만을 남발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학의 타락」이다. 그 궁극적인 형태를 디플로마ㆍ밀 또는 디그리ㆍ밀 (diploma 또는 degree mills)이라 한다. 「디플로마」 「디그리」는 졸업증서ㆍ학위,「밀」은 공장이란 뜻이니까,직역하면 학위공장,알기 쉽게 풀면 학위판매업,학위판매대학이다.

이 디플로마ㆍ밀은 미국 특산이라 할 수가 있다. 대학설립이 자유롭고,그나마 주에 따라 규제기준이 다른 틈에서,이 고등사기가 성행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는 그런 기준이 느슨한 주에서 인가를 받은뒤,학위는 물론 명예박사칭호,각종증명서,취직에 필요한 추천서,졸업기념 반지,졸업생 명부등을 통신판매한다. 그러다가 단속이 미칠 듯 하면 다른 주로 옮겨 영업을 계속한다.

이런 업자가 지금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85년 현재의 어떤 보고서는 미국근로자 50만명,그러니까 전체근로자 2백명중 한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디플로마ㆍ밀의 신세를 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육행정을 주소관으로 하는 미국에서,1867년에 연방교육국(지금은 교육성)을 창설한 까닭중의 하나가 그때 이미 성행했던 디플로마ㆍ밀의 규제를 위한 것이었다. 연방정부가 교육기관의 내실을 가려 발표하는 것이 그 방책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그 많은 교육기관을 누구가 어떤 기준에 의하여 평가하느냐는 어려움에 부딪쳐 실패하고 말았다.

이 난제를 푼 것이 미국 특유의 기준인정(accreditation)제도다. 디플로마ㆍ밀이라는 대학사회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지경에 이르러,대학들이 자율평가로 자기방위에 나선 것이다. 각 대학은 기준협회에 가입하고 협회가 회원대학을 정기적으로 평가하여 기준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기준인정을 받아야 연방정부의 보조금과 장학금을 받을 수가 있다. 그렇지 못한 교육기관은 신용이 떨어지고 학생이 모이지를 않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이 제도가 미국 대학교육 수준을 유지하는데 기여했음은 틀림이 없다. 이 성공사례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려는 것이 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대학평가제도다. 문교부는 이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할 것을 예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의 성공사례라고 해서 무조건 도입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성공한 요인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요인의 첫째는 경쟁사회다운 평가의 일상화다. 대학에서 보면 학생은 교수가 평가한다. 교수는 대학당국과 학생이 평가한다. 대학은 전국 6개 지역의 기준협회가 평가(기관평가)한다. 대학안 학부ㆍ학과별평가(전문평가)도,1천5백여 분야에 걸쳐,학회등 기준인정단체가 맡아 시행한다. 이들 기준인정단체는 기준인정협의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 「평가의 피라밋」이 기준인정의 공정성과 신용을 보장한다.

두번째 요인은 대학별 자체점검(self study)의 중요성이다. 5년 한번의 기준인정을 받기 위하여,각 대학은 1년∼1년반의 품을 들여 자체점검을 실시하여 보고한다. 이 보고는 평가자료로서 필요한 것이지만,각 대학은 5년 한번의 자체점검을 자기혁신의 기회로 삼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82년부터 이미 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평가제도의 연구를 시작하여,여러해째 실험평가를 거듭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 경과와 결과는 탐탁치가 않다. 그 까닭중의 으뜸은,대학마다 감출 것은 많고 자랑할 것은 적어서,평가에 협조를 않는 것이다. 지금도 거의 모든 대학 관계자는 대학평가에 대하여 총론찬성 각론반대의 태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대학별평가결과는 지금껏 한번도 발표한 적이 없고,내년부터 대학평가제도를 공식시행한다해도,앞으로 5년간은 그 내용을 공표않고 행정의 참고로만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래가지고 대학평가제도가 성공할는지­걱정스런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사학보조를 그토록 요구하면서 평가를 마다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면,길은 자율평가밖에 없다. 정부는 그 자율평가를 존중하여,보조를 늘리고,정원과 등록금책정등을 포함한 대학의 자율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자율평가는 대학의 자율확보를 위한 자위수단이며,대학이 대학답게 살아남기 위한 전략수단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대학평가는 대학인의 온 지혜를 모을만한 사업인 것이다. 그리하여 엄격하게 시행하고 그 결과는 떳떳하게 공표하는 것이 옳다. 그것은 대학사회에 경쟁의 원리,경제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나 같다. 그 결과로 디플로마ㆍ밀이나 다름없는 대학이 도태를 당할 수 밖에 없는 풍토를 이루는 것­그것이 진정한 대학발전의 길인 것이다.<상임고문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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