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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이 그 얼굴”/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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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이 그 얼굴”/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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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잘 쓰고 못 쓰는데 따라 나라나 기업의 흥망이 엇갈리는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항우와 함께 천하를 다투었던 유방은 한신같은 명장과 소하 장량 같은 명신들을 거느릴 수 있었기 때문에 광활한 영토와 수십배나 많은 군대를 갖고 있던 항우를 꺾고 천하를 통일,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반면에 진나라 2세 황제인 호해는 천하의 간신인 조고 한 사람때문에 부왕(진시황)이 물려준 통일 천하를 잃고 자신도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기업에도 그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아이아코카를 만나 부도직전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이 손쉬운 예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경제에 묘수없다고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 만도 아니다.세계적인 성장신화를 만들어 낸 일본은 요시다나 이케다 같은 명재상이 있었고 서독은 에르하르트 총리같은 사람이 있어서 전후 눈부신 경제부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사람을 잘 만나면 한나라의 경제도 눈부시게 일어날 수 있다. 경제에도 기적이나 영웅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개각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참신한 인물,새 얼굴을 기대했던 것은 우리도 이런 훌륭한 사람을 한번 가져보고 싶은 염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마의 분수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 에르하르트나 이케다 같은 탁월한 경세가를 만나 한차원 더높게 경제의 비상을 이룩할 수 있다면 국가적인 행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4천만 국민중에 그런 사람이 없으란 법도 없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없고 인재를 천거할 줄도,발탁할줄도 모르고 있을 뿐이지 찾아보면 숨은 인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개각때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거나 누구는 누가 밀었고 누구는 누구에게 줄을 댔다더라는 식의 뒷얘기가 무성한 것은 인재를 천거ㆍ발탁할 줄 모르는 우리의 천박한 풍토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공자같은 성인도 소인배들 때문에 발탁이 좌절된 일이 있었다. 고대 중국 송나라때 얘긴데 자어라는 사람이 유력한 대신인 태재에게 공자를 소개했다.

면담이 있은 뒤 자어가 태재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공자를 만나고 나서 그대를 보니 마치 이나 벼룩을 보는 것 같네. 나는 그 분을 임금님께 소개할 생각이네』라고 말했다.

공자가 크게 발탁될 것에 시기심을 느낀 자어는 이렇게 말했다. 『임금님께서 공자를 만나면 이번에는 임금께서 태재를 이나 벼룩처럼 보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태재는 공자를 임금에게 소개하는 것을 단념케 됐다. 나라나 기업이나 인사권자 주변에 태재나 자어같은 사람이 있으면 인물이 나올 수 없다. 이승윤경제팀의 출범 1백일 (지난26일자)을 맞아 『그렇고 그렇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서 탁월한 경륜을 가진 명부총리의 출현을 다시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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