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에 있었던 재무부의 한 발표는 일종의 파격으로 재무부의 새 면모를 과시하기에 충분했다.「금융기관의 부동산관련 여신운용법률안」에서 재무부장관의 명령권이 삭제돼야 한다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자문답신에 대해 「이를 적극 수용,이미 삭제했다」고 흔쾌히 발표하는 재무부의 모습은 종전과는 완연히 다른 발전적 변신이었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이밖에도 금통위를 은행감독기관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로 규정하겠다는등 금통위 자문답신 조항을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하지않고 적극 검토하는 자세를 보였다.
한국은행등 금융계에서는 「와,재무부가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라며 재무부의 변화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인색했던 자신이 부끄럽다는 분위기이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이를 계기로 많은 업무집행방식들이 전반적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이 기대가 채 하루를 못갔다. 좀더 알아 본 즉 재무부의 발표는 원래의 법률안과 달라진 게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
재무부는 분명 『이미 재무부장관의 명령권을 삭제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다른 형태로 그 명령권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즉 재무부장관의 명령권을 명시한 법률안 제6조는 삭제됐는데 대신 각 법률조항의 시행주체가 「금융기관」에서 「정부」로 살짝 탈바꿈 돼 있었다.
「금융기관은 재벌그룹의 부동산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가 「정부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재벌그룹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게 할 수 있다」고 바뀌었으니 명시되지만 않았을 뿐 재무부장관의 명령권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었다. 금융계 사람들로 하여금 또 한번 재무부가 참으로 무서운 데라고 느끼게 만든 점은 금통위의 자문답신을 받기 전에 이미 법률안이 수정된 형태로 법제처에 넘어가 있었던 것. 일을 다 마무리해놓고 괜스레 한번 자문답신을 내보라고 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었다.
행정부처의 이러한 영민함은 수준은 높은 것이로되 방향을 잘못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슬기를 이리저리 모아 사회적 합의를 이룬 투기봉쇄에 써야지,괜히 자기권위와 이익을 자키는 데 쏟다보니 투기는 제대로 잡히지 않고 정부에 대한 불신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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