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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의 순수성 회복에 온힘/타계한 김현의 문학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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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의 순수성 회복에 온힘/타계한 김현의 문학세계

입력
199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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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이후 「문학과 지성」중심 활동/정치혼란기 문학의 역할 분석27일 한창 일할 나이인 48세로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현씨(서울대 불문과교수ㆍ본명 김광남)는 우리의 현대문학사에서 일본어에 오염되지 않고 모국어로 교육받고 문학 작업을 해온 제1세대에 속한다.

방대하고도 꼼꼼한 책읽기와 예리한 분석,감각으로 30대부터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올랐던 그의 문학비평작업은 대략 모국어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일과 격동기적 정치 상황속에서 문학의 기능과 역할을 분석하는 일에 바쳐졌다고 볼 수 있다.

문학평론가로서의 이러한 작업 외에 불문학자로서의 그는 「프랑스비평사」 「현대 프랑스문학을 찾아서」 등의 저서와 프랑스의 문인ㆍ사상가들인 바슐라르,르네ㆍ지라르,미셸ㆍ푸코 등을 국내에 소개하는 저서를 펴내면서 우리문학을 풍요롭게 하는데도 정열을 쏟아 결과적으로 그의 건강을 해치고말았다.

한국일보사가 제정한 「팔봉비평문학상」의 첫 수상자이기도 했던 그는 수상작인 평론집 「분석과 해석」의 서문에서 그의 비평작업이 「거의 언제나 4ㆍ19세대로서 사유하고 작업한다」는 것과 「언어의 질감을 중시하며 타인의 사유의 뿌리를 만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한다」는 것 등을 기술하고 있다.

「분석과 해석」을 포함한 10여권의 저서와 모든 저술에서 그의 비평은 선배문인들의 글에서 나타나는 모국적 정서의 아름다움과 외국어에 훼손된 문체 등을 친절하게 해석해 알려주었으며,동료ㆍ후배문인들의 글에서는 그들이 이룩한 바람직한 문학적 성취를 함께 기뻐하고 그들의 거칠고 조급한 제스처를 비평으로 다듬어 주었다.

문단의 선후배들과 폭넓게 교류했던 그는 70년대초에는 신구문화사,민음사,창작과 비평사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75년에는 문우들인 김주연 김병익 김치수 오생근씨 등과 함께 문학과 지성사를 세워 그후 문학적 흐름에서 중요한 하나의 맥을 형성하기도 했다.

비평작업에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다감하고 따뜻했던 그는 동료ㆍ후배들과도 자주 어울려 격의없는 술자리를 갖기도 했으나,간질환이 악화된 지난해 12월 이후로는 서울대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거듭해가며 투병을 해왔다.

지난 달의 「팔봉비평문학상」 심사에서 문학적 견해가 서로 같지않은 4명의 심사위원이 최종의 비밀투표에서 그를 만장일치로 거명했다든가,아들 상구군이 대리수상 할 때 시인 황지우씨가 『1백년만에 한 명 날까말까한 평론가인데…』하며 눈시울을 붉힌 일 등이 그에 대한 평가의 일단을 말해주는 예일 것이다.

그의 부음이 전화로 전해진 27일 이른아침 서울대병원영안실에서는 예감되기는 했으나 그래도 갑작스런 그의 소식을 듣고 몰려온 친구ㆍ후배문인들 20여명이 비통한 표정으로 장례준비를 하고있었다.<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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