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2세들 재테크나 몰두/이대로 가다간 경제위기 판단재계가 정부의 「그룹별 전문화」추진방침으로 긴장하고 있다.
그룹별 전문화는 우리대기업들이 몇가지 주력업종 또는 간판업종에만 전념하지않고 방만한 계열기업을 이끌어 옴으로써 세계일류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할 뿐아니라 국제경쟁력도 계속 뒤떨어진 다는 판단아래 정부차원에서 그룹별로 전문업종을 지정,교통정리를 한다는 것으로 다소 충격적인 발상이다.
이같은 구도는 사실 그동안 여러차례 검토돼 왔으나 ▲모든 경제ㆍ사회여건이 민주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자율화」정신에 위배되는 그룹별 전문화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대기업입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경제여건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발빠르게 첨단업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논의 단계에서 무산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거론되고 있는 그룹별 전문화는 재벌들의 방만한 기업경영이 위험수위에까지 이르렀다는 여론이 무르익은데다 5ㆍ8부동산대책이후 정부의 확고한 「재벌고삐잡기」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 「그룹별 전문화」가 어떤방식,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계주변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룹별로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상공부가 주축이 된 경제부처간 협의회에서 재벌집중의 폐해를 없애 경제난을 장기적으로 극복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대기업상을 만들기 위해 빠르면 오는 7월초에 그룹별 전문화를 수면위로 부상시킨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재벌2세들 때문이라는 소문도 꽤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즉 재벌2세들이 대부분 미국과 일본유학을 해 학식이 높은 반면 편안하고 의존적인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기업경영을 잘 모르고 이에 따라 비서실ㆍ기획실 등의 기능이 강화돼 오히려 전문경영인 체제나 계열기업의 독립채산제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
정부는 재벌2세들이 몇몇 참모진에 둘러싸여 부동산매입에나 열을 올리고 기술개발등에는 소홀,경제위기에까지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최근 삼성ㆍ쌍용ㆍ효성ㆍ금호 등 미ㆍ일유학파재벌 2세들이 긴급모임을 가진 것도 전경련의 원로그룹과의 언로단절이나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재벌2세를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는 자체판단에 따른 위기의식의 발로라고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지난 「5ㆍ10」 10대 재벌 부동산매각발표도 정부고위층에서 2개의 재벌그룹을 공중분해시켜 총수에게는 주력기업만 맡기고 나머지 계열사는 각 전문경영인 체제로 독립시키겠다는 엄포성 발언이 있은 것으로 알려진후 이뤄졌다는 점과 연관시켜보면 이번 그룹별 전문화 논의가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왜냐하면 문제의 L그룹과 H그룹은 총수의 족벌체제로 가장 많은 계열기업군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재벌들이기 때문이다.
일부 재계관계자들은 정부가 10대 재벌 부동산매각발표 시점부터 그룹별 전문화작업에 착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5개항 결의문을 보면 ▲기업의 투자는 주력사업분야의 경쟁력향상이나 미래지향적 기술개발에 최우선을 두고 중소기업사업은 조속히 이양한다. ▲기업은 사회의 공기임을 자각하고 기업공개와 전문경영체제를 촉진해 나간다는등이 포함돼 있는 데 이 결의문은 재계의사와는 별로 상관없이 청와대상공부전경련의 라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5개 결의문사항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전경련은 산하에 기업현안문제 특별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그룹별 전문화에 대한 재계측 입장은 이 위원회에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룹별 전문화가 조기에 실시되다면 그형태는 무엇을 기준으로하며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재계일각에서는 정부가 세가지형태의 성공사례를 참고하는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것은 ▲사주와 경영자를 분리,자동차전문기업으로 정착한 기아그룹형 ▲자식대에서 특수강으로 전문화에 성공한 삼미그룹형 ▲사위에게 대권을 넘겨 줘 금융전문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는 동양그룹형 등이다.
물론 이같은 구도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지금이야말로 재벌에게 집중된 부의 편재를 시정하는 한편 공평한 기업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최선의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경제민주화 추세를 거스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대기업들에게도 유리한 진정한 경제민주화라는 지적이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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