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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부동산 줄다리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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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부동산 줄다리기(사설)

입력
1990.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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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와 18.2%의 엄청난 차이쯤은 유치원생들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5대 재벌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보유 비율문제를 놓고 은행감독원과 국세청의 발표가 어째서 그처럼 달라질 수 있는지 우선 궁금하고 또 한심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오늘날 재벌의 과다부동산보유문제는 나라의 경제 앞날이 걸린 중요문제이자 온 국민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장 민감한 문제이다. 흑자기조의 붕괴와 불황ㆍ수출부진에 허덕이기 시작한 우리 경제의 체질강화를 꾀하고 토지투기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런 땅을 처분토록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의지이자 일종의 국민적 합의였다.

그처럼 중요하고 관심이 쏠린 재벌의 부동산문제를 맡아 감독해온 은행감독원이 독자적으로 파악,지난해 국회에 보고까지 한 비업무용 비율이 불과 2%였으니 그동안 감독보다는 시녀노릇 하기에 바빴다는 인상을 무엇으로 씻을는지 궁금할 뿐이다.

국세청 발표결과 5대 재벌의 부동산이 무려 6천만평에 이르고 그중 18.2%인 1천96만평이 비업무용임이 밝혀진 것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짐작했던 대로 대표재벌들은 은행에 엄청난 빚더미를 안고 있으면서도 저마다 부동산투기에 열중했음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3자명의로 분산된 땅들에 대한 조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진행됐는지 모르겠지만 조사의 성실도에 따라 이것은 앞으로 더 불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동산투기가 나라 경제를 무너뜨리는 망국병임은 누구나 피부로 실감하는 공지의 사실이다. 최근 일본국토청이 발표한 토지백서에서도 땅값 앙등이 인구의 도시집중외에 법인의 토지구입과 금융기관의 토지담보융자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고 밝히고,세제및 금융을 중심으로 토지문제를 종합검토한 후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번의 2%와 18.2%의 해프닝이 제기하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가 관계당국간의 발표차이로 인한 국민들의 혼란과 불신을 씻어주는 일이다. 맡은 바 임무인 감독을 게을리해 비업무용을 업무용으로 눈감아 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은행감독원이나 관리은행들은 이번 기회에 철저한 책임을 지는 자세로 과거의 시녀적 체질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아울러 걸핏하면 드러나는 관계기관간의 관료주의적 독선과 비협조관행을 없애고 업무용ㆍ비업무용에 대한 합리적 판정기준의 통일과 업무수행의 효율화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업계의 실정이나 당국의 실천목표를 두루 담은 분명한 기준을 정해 흔들림없이 판정하고 발표할 때 국민들의 의혹도 비로소 사라진다.

두번째는 업무용ㆍ비업무용 판정이라는 기준의 문제로 실랑이를 계속할 게 아니라 기왕에 세운 과다보유부동산 처분이라는 커다란 테두리의 정책의지를 정부는 흔들림없이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처럼 판정수치도 다른 터에 조직적인 로비앞에서 혹 기준이나 정책의지가 또 흔들려서는 경제의 체질개선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신뢰를 사기도 어려워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업계도 더이상 눈치를 보거나 로비를 일삼을 게 아니라 자발적인 처분으로 「국민적 합의」에 부응하는 용단을 보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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