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화 19% 유지등 무리한 목표 전제/「고성장속 한자리」 여전히 난제정부는 26일 물가안정에 모든 정책노력을 집중시키는 내용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확정했다.
통화 및 재정의 점진적 긴축운용과 민간소비의 과도한 증가억제,건설경기의 지나친 과열을 막아 무엇보다도 두자리수를 위협하는 소비자 물가상승을 억눌러 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올 연간 실질GNP성장률이 민간소비 및 건설경기의 예상밖 과열로 인해 당초 목표 6.5%를 크게 웃도는 8%이상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선 발등의 불인 물가잡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는 것이다.
「성장우선」의 기치를 내걸었던 이승윤경제팀으로서는 정확히 출범 1백일째가 되는 26일 물가불안이라는 「예정된」 암초를 만나 「안정회귀」로 항로를 수정한 셈이다.
모든 경제현상이 그러하듯 최근의 물가상승도 사실상 연초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해말 조순 전경제팀이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수립할 당시에도 소비자물가는 연간 5∼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경제팀의 논리는 지난 87∼89년 연평균 20%에 가까운 임금상승에 따라 물가상승압력이 극심할 것이고 따라서 임금→물가→임금의 연쇄상승 악순환을 단절시키자면 한자리수 임금인상자제노력과 함께 경제정책의 안정기조유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었다.
과연 연초이후 소비자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이미 상반기중 연간 억제목표 7%를 무너뜨릴게 확실하다.
최근 물가오름세는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가격앙등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소도 없지 않지만 지난 2월 전월세가격급등을 비롯한 부동산투기열풍에 자극된 요인이 가장 크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여기에다 난국 혹은 위기로까지 표현되던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이경제팀이 출범과 동시에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썼으니 뛰는물가가 더욱 가속도를 얻는 사회적분위기가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최근 KDI가 연간 물가상승률을 12%까지로 전망하고 노태우대통령이 『경제각료들은 진퇴를 걸고 물가한자리수를 이룩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살펴볼때 사실 이경제팀이 경제정책운용과 관련해 처한 입장은 각종 정책목표와 수단이 서로 상극을 이루는 상황속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여야하는 면이 적지않다.
맨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성장과 물가라는 흔한 상충관계.
정상적인 여건하에서라면 고성장은 고물가,저성장은 저물가를 수반하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따라서 8%이상의 실질성장이 예상되는 올해의 경우 물가안정은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도 성취하기 어려운 난제일 수밖에 없다. 또 총통화증가율을 연간 19% 수준에서 묶는다는 것은 상반기중 22∼23%를 웃돌던 현실을 감안하면 기술적 어려움과 함께 여타부문에 적잖은 주름살을 안기게될 것이다.
통화공급이 급격히 줄면 제조업활성화를 위한 자금흐름이 경색될 뿐아니라 여전히 침체를 벗지못한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경제팀의 고민이다.
아울러 물가안정을 위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요구가 자제돼야 한다는 얘기와 물가고때문에 임금을 더 올리라는 논리는 마치 닭과 달걀이 서로 먼저라고 우기는 경우와 너무 흡사한 입씨름이 될 것이다.
이번 운용계획 수정과 관련,꼭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은 경제팀이 당초의 「성장중시」 호언과 달리 축소균형적인 안정을 지향케 됐다는 점. 물론 엔화의 이상약세등 해외여건변화도 있었지만 내수와 수출간의 불균형을 시정키위해 수출확대보다 내수축소를 선택하고 있다.
성장ㆍ투자ㆍ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거의 모두 당초보다 확대 전망된데 비해 유독 수출만은 5억∼10억달러 축소조정됐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수정된 것은 수출부진에 따른 자연스런 귀결이다.
정부가 이번 운용방향수정을 통해 기술개발 등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방침임을 명백히 한 것은 우리 경제의 현실에 비춰 당연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정부가 불과 3개월만에 안정→성장→안정식으로 정책일관성을 상실,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은 올 하반기 물가안정노력에까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주요 경제지표 전망
89실적 90목표 90수정
경제성장(불변ㆍ%) 6.7 6.5 8∼9
민 간 소 비(%) 9.8 7.5 10.5
고 정 투 자(〃) 16.2 10.0 20.8
건 설(〃) 19.8 10.0 25.0
설 비(〃) 12.3 10.0 16.0
상 품 수 출(%) △5.2 3.4 4.0
경상수지 (억달러) 50.5 20 △10수준
무역수지 ( 〃 ) 46.0 15 △5 〃
무역외 및 이전 4.5 5 △5 〃
수출(통관ㆍ억달러)624 660 650∼655
(증가율 %) (2.8) (5.7) (4.2∼5.0)
수입(통관ㆍ억달러)615 680 690∼700
(증가율 %) (18.6) (10.6)(12.2∼13.9)
소 비 자 물 가 5.1 5∼7 10미만
(전년말비 %)
*89실적은 한은추계,90목표는 운용계획. △는 감소
◎주요내용 요약
◇물가안정과 내수경기의 적정관리=▲부동산투기억제와 집세안정을 위해 「4ㆍ13」 및 「5ㆍ8」부동산대책을 차질없이 추진,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조속히 매각토록 하고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과 「금융기관의 부동산관련여신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 ▲토지거래허가제ㆍ농지매매증명제 등 토지투기억제 관련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 ▲무주택자 주거안정을 위해 다가구ㆍ다세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고 공단주변의 자연녹지 및 경지지역에 사원용 임대주택건설허용 ▲에너지절약시책을 강화,휘발유등 유류소비억제를 위해 세제 등 관련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 ▲상업용 건물 및 호화주택에 대한 건축규제를 강화하고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의 건설사업도 하반기 착공 및 건물신축을 최대한 연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시급하지 않은 토목 및 건설사업도 연기 ▲민영주택자금의 공급수준을 당초 계획(주은의 경우 1조7천4백억원)대로 유지하고 초과수요는 내년으로 이월 ▲정부미 방출을 하루 10만가마 수준까지 확대하고 쇠고기 가격안정대를 설정,운용하며 돼지고기 육가공 원료육 수입을 수출액과 연동하여 추진 ▲공공요금은 경영개선 노력강화로 인상요인 자체 흡수
◇수출과 설비투자 촉진을 위한 기업환경 개선=▲중소기업의 공통 기술애로 타개를 위해 「생산기술개발 5개년계획」을 수립 ▲연구결과의 기업화추진을 위하 엔지니어링산업을 육성하며 한일간 기술인력 교류확대 등을 통해 선진외국기술의 도입확대를 추진 ▲생산직인력공급의 원활화를 위해 종합적인 인력수급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기술인력 공급의 확대를 위해 공업계 고교 신ㆍ증설,공고진학생에 대한 장학금 확대,주요공단지역에 직업훈련원 신설,기능공 스카우트관행의 자율적 규제등을 추진 ▲4년제 이공계대학의 입학정원은 확대하되 인문계열등은 동결하고 일반대학에 야간대학을 확대설치하고 제조업체 근로자에게 입학자격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