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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사정/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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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사정/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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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은 요즘 장마와 태풍에 떨고 부정하게 잘 살아온 공직자들은 사정의 칼에 떨고 있다. 이웃은 아랑곳없이 부정과 비리로 더러운 부와 사회적 지위를 누려온 사람들이 된 서리를 맞고 있다.도지사가 두살박이 손자의 이름으로 건물을 등기하고 인사때마다 부하들과 매매관을 하고 시정잡배들과 경쟁하며 부동산투기로 전매차익을 챙겨온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 또 수협회장은 돈을 뿌리고 당선됐다가 구속됨으로써 민주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직선제를 욕되게 해버렸다.

그러나 이런 혐의사실에 분개하며 욕하는 사람은 많지만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부정,비리는 이미 이 나라에 미만한 구조적 문제이며 다만 정도차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모든 일에서 이면의 이면을 보려한다. 정부의 공들인 정책발표든 비상한 특별조치든 정치인의 「중대결심」이든 그대로 믿어주지 않고 문맥밖의 또다른 내막과 진상을 알고 싶어한다.

이번의 경우에도 정말 당국이 이제까지 그들의 비위를 모르고 있었는가 하는데서 「오해」가 시작된다.

구속된 도지사는 한동안 특명사정반과 똑같은 기관에 소속돼 있었던 사람이었고 뇌물수수외의 다른 비위는 도지사가 되기 훨씬 전부터 저질러져온 일이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었을까. 구속된 수협회장의 경우 당선을 위해 돈을 많이 썼으면 당선후 거두어들인 것도 있을 법한데 그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것일까. 거두려고 뿌렸을텐데.

그리고 정작 그들을 잡아넣은 사람들은 깨끗한가. 깨끗하지 못하다면 그런 사람들의 비리는 누가 다스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러는 『못하는 것이 바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식자들에 의해서 총체적 난국의 본질이 신뢰의 위기문제임이 분명해졌지만 불신과 사시는 우리 사회의 고질이 된 느낌이다.

얼마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국회의원은 무슨 자랑거리라고 승리의 V자를 손가락으로 그렸다. 또 5공시절의 국회의장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재산권 침해문제로 헌법소원을 내고 그 변론을 하는 자리에서 『60∼70년대엔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땅투기를 했는데 나만 문제삼는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모두가 불감증 환자들이다. 「재수없는 사람들」만 있을뿐 뉘우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의 사정활동은 굳이 특명이라는 이름을 붙일 것도 없이 한결같고 고르게 지속돼 신뢰의 위기를 해소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자면 사정당국은 반드시 정직하고 치열한 자기사정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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