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생산 우회전략”인식/“트럭등 일시적 수요틈타 참가… 과잉 중복투자”/“해외기지 전락”우려에 “기술개발 경쟁”긍정도끈길기게 자동차사업진출설이 나돌던 삼성그룹이 특장차와 상용차생산 계획을 발표하자 현대ㆍ대우ㆍ기아ㆍ쌍용 등 기존자동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측의 공식부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업계는 삼성중공업의 특장차 및 상용차생산 착수가 사실상 승용차생산 참여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삼성이 상용차에 이어 승용차생산에 참여할 경우 중복과잉 투자상태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측이 밝힌 특장차 및 상용차생산 참여의 변은 현재 심각한 적체현상을 빚고 있는 특장차 및 상용차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중공업이 중장비용 트랜스미션과 액슬등을 생산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자동차용 전장품생산에 당장 뛰어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삼성의 상용차생산참여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과연 5개사가 생산경쟁을 벌일만큼 수요가 충분하가에 대해서는 기존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현재 특장차의 국내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만대 수준이던 특장차의 국내수요가 올해 1만6천대로 늘어나 6개월내지 1년정도의 공급적체현상을 빚는 것은 정부의 2백만호 주택건설과 공한지에 대한 중과로 건설경기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반해 국내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이후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존업계가 생산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한라그룹도 충북 음성에 상용차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건설경기도 하반기이후 주춤할 것으로 전망돼 1년정도가 지나면 적체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내년부터 연간 5천대씩을 생산한다면 대형차의 국내생산규모가 2만대를 넘어서 수요(1만5천대)를 크게 웃돌아 공급과잉상태를 빚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렇게 되면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일본과의 경쟁력 열세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업계가 더욱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삼성의 상용차생산참여가 승용차생산 참여의 전초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업계관측통들은 삼성이 1조원규모의 석유화학사업신규 참여에 이어 자동차사업에 뛰어들 경우,경제력 집중에 대한 비난등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것을 우려,때를 기다려오다 상용차의 공급이 달려 적체현상을 빚는 것을 게기로 상용차부분 참여를 발표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측은 상용차생산 참여가 중장비사업의 다각화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는 삼성이 상용차생산으로 기반을 닦은뒤 상용차에 진출한다는 우회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이 승용차생산에 뛰어들기에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기술제휴선을 잡는 것이 최대의 과제다. 삼성은 그동안 도요타ㆍ혼다ㆍ폴크스바겐등과 접촉을 벌였으나 기술제휴에 실패했다. 혼다사와는 상당한 접근을 보았으나 수출시장문제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미쓰비시가 현대자동차에 기술을 이전해 오늘날 해외시장에서 경쟁상대가 돼버린 점을 들어 기술이전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일본자동차업계가 혼다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유럽의 기술을 들여와선 해외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쌍용이 승용차생산 참여를 선언해 놓고도 계획를 추진하지 못하는 것도 볼보나 르노등이 기술제공을 꺼리기 때문.
기술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은채 외국자동차회사와 제휴를 맺고 승용차생산에 참여할 경우 결국 우리나라는 외국의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해외생산기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 뻔하다.
이는 삼성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국내자동차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다행히 확실한 기술제휴선을 잡았다 해도 생산차량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현재 국내 승용차생산 3사의 생산규모가 연간 1백50만대로 국내수요 90만대를 빼면 나머지 60만대이상을 수출해야 되는데 올해 수출은 겨우 25만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이 연간 30만대의 승용차를 생산한다면 내수에선 국내업체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해외시장에선 일본차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해외시장에서 일본차에 이긴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내수에 주력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과잉투자에 의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삼성의 승용차생산 참여가 국내자동차 공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무모하다고 여겼던 반도체사업에 참여해 현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기업으로 성장시킨 사업수완으로 미뤄 승용차도 일류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3두체제의 국내자동차업계도 삼성의 참여로 기술개발경쟁을 벌이게 돼 국내자동차공업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승용차생산의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삼성이 어떻게 기술제휴선을 잡을 것인지,유일한 돌파구인 수출의 활로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기존업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삼성의 승용차생산참여 추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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