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력이 병이 들어도 큰 병이 들었음이 틀림없는 것 같다. 6공정부가 민생치안 확립을 공언한 이래 검찰ㆍ경찰의 수사력 복원을 그처럼 강조해 왔건만,검ㆍ경의 수사력은 여전히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검찰과 경찰 수사력의 한계에 달한 듯한 무기력증세에 대해 우리는 본란을 통해 그동안 수없이 걱정도 했고 공권력의 수사력 복원은 조속히 이뤄져야 하겠기에 격려와 고무 그리고 갖가지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하지만 검ㆍ경의 수사력과 범죄대응자세는 큰 사건만 터지면 그 허점들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법정증인 보복살해사건의 수사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를 비롯한 온국민들은 또한번 그것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검ㆍ경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유례없는 강력한 검거의지를 보였고 범행자들의 신원과 연고지및 예상은신처등이 다른 사건보다는 쉽게 드러남으로써 보라는 듯이 붙잡아 검ㆍ경수사력의 체면을 세워주리라고 믿어왔었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끝나버렸다. 범인 3명중 주범등 2명을 비롯해 주요 배후관련자등 4명은 검찰이나 경찰이 직접 검거한 것이 아니고 자수한 것이라는 점을 우선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검거든 자수든 사건만 해결하면되지 그게 무슨 큰 문제냐고 항변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ㆍ경수사력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게되는 신뢰도 측면에서 본다면 「검거와 자수」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모든 수사관계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는 주범 변운연이 11일동안 도피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단한차례밖에 받지 않았고 그것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으며,도피자금을 구하고 도피장비를 구입키 위해 서울시내를 활보했다는 사실은 경찰의 검문검색과 비상망이 실제로 얼마만큼 엉성하고 형식적인가를 알고도 남게한다.
또 검찰과 경찰이 범인검거에 공다툼을 하느라고 정보제공과 은신처급습에 공조활동을 하지 않아 쉽게 잡을 수 있는 범인들을 놓치는 수사상 악습마저 노출시켰으니 한심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검찰과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더이상 질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문제의 핵심은 이같은 수사상 실수는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검ㆍ경간의 공조수사에서 드러난 허점과 불협화음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개선방안을 얼마만큼 실효성있게 만들어 실천에 옮기느냐에 있을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뇌부는 피차간의 권위만을 내세운다거나 체면만을 생각하지 말고 합동회의체제라도 지체없이 갖춰 수상상 노출된 문제점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공조수사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또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전담부서는 기업형 조직으로까지 확대일로에 있는 조직범죄단에 대해 그 깊은 뿌리를 낱낱이 추적해서 척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민생치안이 확립되지 않고 있는 이 사회에서 기업형 조직범죄단이란 「악의 싹들」을 지금 단계에서 도려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민들이 당해야하는 그 엄청난 피해와 고통이 정말 우려스럽기 때문에 하는 당부이다. 일선에서 뛰는 검ㆍ경수사관들의 분발을 진정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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