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사변일은 매년 어김없이 찾아온다. 늘 그래왔듯이 올해도 무슨 기념행사가 열릴 터이고 언론매체는 기념특집에 부심할 것이다. 그런데 올해 그 분위기는 예년과 무언가 다르다. 그 관계 학술회의에 참석하는 인물이 우선 그렇다. 한국전쟁에 직접 관여했던 이들이 소련 중국으로부터 찾아왔다. 그리고 그동안 감추어두었던 사실이 공개되었다. 밖에서도 소련이 남침을 공식적으로 시인하는 변모를 보인다.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하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 6ㆍ25의 극복이 그것이다. 우리사회에 아직도 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외부에서의 그런 변화가 행여 우리에게 무슨 영향을 끼쳐주지 않을까 간절히 기대해 본다.
그동안 우리는 6ㆍ25 콤플렉스에 시달려왔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흉악한 빨갱이ㆍ전쟁의 참상ㆍ종전후의 폐허ㆍ이산가족 등이 확고한 명상으로 머리에 꽉 박혀있다.
북한에는 오로지 전쟁과 살상만을 꿈꾸는 이상한 사람들만 사는줄 알았다. 이런것이 위정자의 지시와 학교교육을 통하여 부단히 강조되었고,우리는 피해의식만 키워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국제정세의 변화와 정부의 통일정책으로 북한의 실상이 책이나 보도를 통하여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북한을 온통 부정적인 것으로만 교육받아야 했다가 이제는 그렇지 않은 면들을 알게 되니 정신적 충격도 크거니와 갈등과 혼란이 심하다.
6ㆍ25콤플렉스를 조성한 책임은 일단 위정자와 6ㆍ25를 체험한 기성세대에 물어야 한다. 북한공산주의의 무모한 이상과 그 전쟁도발성은 마땅히 경계돼야할 일이다. 그러나 위정자들이 그것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해온 사실은 이제 부인되지 못한다. 사변을 직접 겪은이들에게는 북한의 흉포함과 전쟁의 비극이 몸서리칠 것이다.
그러나 분노와 아픈 기억에 언제까지고 매달려 있어서는 안된다. 세계와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데도 그들이 옛상처만을 다음 세대에 강조해서는 우리사회에 세대사이의 갈등이 심화될 뿐이다.
역사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전쟁은 예외없이 해당 국가와 민족들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계속 굴러가고 각사회는 생존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러기에 전쟁은 어떤 형태로든 극복되어야 했다. 숱한 전쟁문학작품이 그렇게 태어났다. 그런데 우리쪽은 어떤가. 세계에 내놓을 전쟁문학이 아직도 나와있지 않다. 6ㆍ25 콤플렉스에 짓눌려 온 사회에서 그것을 기대하기란 지나친 요구인지 모른다.
바야흐로 세계에 민주화와 화합과 민족통일의 기운이 거세다. 그것을 막을자는 없다. 독일의 통일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민족통일의 가능성에 흥분을 누르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나 맞을 채비는 너무나 미흡한것이 현실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