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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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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통제(ARMS CONTROL)라는 상위개념에서 군비축소(ARMS REDUCTION)라는 하위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뢰구축이라는 정석적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상훈국방장관이 이번 국회에서 남북군축협상과 관련,정치ㆍ군사적 상호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눈여겨진다. ◆군축에 이르는 데는 늘 중간단계에 적지않은 고비가 있게 마련이다. 예를들어 북한병력의 전진배치나 최근 보도된 화학무기 및 세균무기 개발상황등이 앞으로의 군비통제문제를 다루는 데에서 상당한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남북한 병력의 동일규모는 우리에게 그 단계가 「군축이전」이지만 북측은 그 자체를 군축이라고 우길 우려도 있다. ◆유럽에서 통일된 독일이 나토에 잔류하는 쪽으로 상황이 기울자 나토측은 소련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병력배치 지점을 서쪽으로 훨씬 빼는 문제도 검토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의 일이었지 남북간에선 상대방이 민감하게 여길 만한 일을 가급적 피하려는 배려의 움직임은 지금껏 좀체 보기 어려웠다. 앞서 우리측이 팀스피리트훈련을 참관토록 북측을 초청했던 것이 그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를 부드럽게 다듬는 과정이라면 북측도 우리에게 자극적인 행위를 자제하고 축소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신뢰구축의 초보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군사관계에는 다른지역 경우보다 훨씬 비타협적 국면이 많다. 그만큼 남북간의 군축이라는 과제에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군의 열세를 보충하는 의미를 가진 주한미군의 감축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고 그런 점을 북측이 액면대로 인식하는 데서 군비통제의 과정도 부드러워질 것이다. 문제는 성숙된 사고방식,군축을 꼭하겠다는 의지를 북측이 얼마나 가졌느냐에 달려있다. ◆미소의 경우 군축에 관한 본격적 논의의 기점이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69년 11월 SALT 제1차 예비회담으로 짚어본다면 87년 합의된 중거리 핵무기감축단계까지는 18년,이달초 전략핵감축에 합의를 보기까지에만도 21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지금 남북을 둘러싸고 있는 여건은 미소의 그것보다 더 섬세하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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