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투기 매관매직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른 김상조 전경북지사의 구속은 한마디로 국민들에게 통분을 자아내게 한다. 국민이 믿고 따르던 우리 고위공직자의 수준과 도덕성이 저 정도였던가 하는 서글픈 탄식도 절로 나온다. 아울러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관료사회의 「실제」로 알려졌던 사람의 구속을 보며 이번 청와대 특명사정반의 활동에 기대도 걸게 된다. 김씨 구속에 이어 구속된 수협회장과 부정혐의를 받고 있는 20여명에 이르는 공직자는 물론이고 부정소문이 무성한 국회의원등 정치권 비리,약육강식과 정경유착소리도 듣는 경제계 비리 등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지속적이며 거침없는 수사를 펴 땅에 떨어진 우리 사회의 도덕성 회복의 계기로 삼아주기를 국민들은 진심으로 희망하는 것이다.한편으로는 걱정도 은근히 뒤따른다. 이번의 특명사정에 따른 부정적발과 구속사태가 단순히 일벌백계의 본보기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어서 과거의 경우처럼 일회성 충격요법으로 끝나버릴 때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날 부정과 비리는 마치 먹이사슬처럼 구조화되어 서로 꼬리를 물고 만연해 있다는 데 벼락치기성 단속만으로 대처할 때 관기확립과 도덕성 회복의 길은 영영 멀어지는 법이다. 또한 그러한 단속행태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원칙에도 어긋나 목적을 의심받을 수도 있고 도리어 불만과 부작용을 빚을 수 있음을 당국자는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과거에도 많은 단속이 있었지만 아직도 부정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현직 수사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특명반을 통해서라야 이 정도의 부정이나마 적발해낼 수 있는 이중적 사정구조의 운용 현실도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부정사건이 터져나올 때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엄청난 발전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우리가 그간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생각하며 고민해 왔다. 빈곤타파와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민주사회의 창의와 경쟁정신의 자신감은 소중한 우리의 새 자산이지만,부와 권력에 무분별하게 집착하면서 자초한 도덕성 상실의 화는 끝없는 갈등과 부정 확산의 뿌리로 깊숙이 자라났던 것이다.
이 때문에 부정을 막아 도덕성을 회복시키는 일은 작게는 가정의 자녀교육에서부터 사회기강,나라의 앞날,자유사회의 운명마저 두루 걸린 가장 근본적인 과제임을 투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모두가 이같은 사회의 도덕실추를 개탄하면서도 유혹과 편의와 타성에 젖어온 세월이었던 것이다.
나라를 앞장서 바로 이끌고 국민들에게 도덕성을 심어줘야 할 당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그런 뜻에서 이번의 부정적발을 이 나라 이 사회의 기강확립과 도덕성 회복의 진정한 출발점으로 삼아 꾸준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펴줄 것을 거듭 당부하고 싶다.
이같은 목표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집권당이나 정부가 과열선거나 정실인사를 멀리하며 먼저 몸가짐에 각별히 모범을 보여야 할 것 같다. 고위직이나 남의 부정을 캐는 사정ㆍ수사직일수록 더 엄격히 기강을 잡을 필요도 앞선다. 또한 공직자 기강이나 사회질서를 오염시키는 가진 자들의 폐악과 유혹을 차단할 경제질서의 확립도 시급하다.
그리고 부정적발도 시급하지만 창의ㆍ정직ㆍ성실이 진정으로 대접받는 풍토를 인사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자세도 보여야 한다. 오늘과 같은 국민들의 통분이 과연 언제쯤이라야 없어질 것인가. 너나할것없이 모두가 한결같이 자세를 가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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