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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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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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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다리엔 서정과 낭만이 흐른다. 「푸른 다뉴브」의 선율을 들으면 금방 상쾌하고 흥이 절로 인다. 깨끗하고 시원한 강변 풍경이 아련히 떠오르면서…. 센이 흐르는 「미라보 다리아래」의 시정은 감칠 맛이 난다. 유유한 강물과 같이 감정에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탁 트인다. 젊음과 사랑과 정서가 어울려 도시의 삭막함을 씻어내고 위안을 주는 것이다. ◆서울에서 한강을 뺀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강의 풍요가 없었다면 조선을 개국한 조상들은 이곳을 수도로 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의 멋과 자랑이었다면 첫 손가락에 한강을 꼽을 만하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수려한 산들은 한강을 지켜주는 병풍처럼 보인다. 88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는 한강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우치기도 했다. ◆서울의 생명선이고 상징인 한강을 너무 아끼고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강 고수부지는 산뜻하게 정리되어 시민공원으로 활용되어 가고 있다. 그런 대로 체육시설도 갖춰 새로운 레저지대로 각광을 받는다. 휴일이면 시원한 강바람을 쐬러 인파가 몰린다. 그런데 그 뒤끝이 더럽다. 인파가 빠져나간 자리엔 온갖 쓰레기와 악취만이 남는다. 한심한 시민정신이 노출된 듯 입맛이 쓰다. ◆알고보니 이쯤은 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매립을 핑계로 상류의 고수부지 제방공사현장에 쓰레기를 쏟아 부었다. 트럭 3만대분인 40만톤의 각종 오물을 퍼넣었다는 것이다. 시공사는 재벌의 건설회사이며 하청업자들이 돈까지 받으며 이런 무모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이게 과연 정신이 있는 짓인가,시민의 입에 독수를 뿌리는거나 무엇이 다른가. ◆쓰레기는 걷어내고 홍수가 쓸어버린다고 치자. 물이 썩는 것은 무슨 재주로 막는가 생각해본 일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썩은 한강은 썩은 서울을 만들 따름이다. 하늘이 준 아름다움과 깨끗함을 언제까지 우리 손으로 망치고 더럽힐지 난감하기만 하다. 한강다리아래 구정물이 흐르면,시고 서정이고는 어림없고 생활이 당장 위협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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