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10만… 76년 「당산」이래 최악/구호 역부족… 각국 긴급지원/80㎞구간내 건축물 흔적도 없고 도로파괴로 현장접근 엄두못내【테헤란ㆍ제네바 외신=종합】 속보=21일 자정직후 이란북서지역을 강타한 강진피해는 사망자가 최소한 3만5천명,부상자도 10만5천여명으로 늘어 이란사상 최악의 참사를 기록했다.
이란외무부는 22일 하오 이번 지진으로 최소한 3만5천명이 사망하고 10만5천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했는데,구조작업이 본격화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 같다고 22일 제네바의 유엔재난구호기구(UNDRO)가 발표했다.
이같은 지진피해는 76년 7월28일 중국 당산시에서 발생한 지진(사망 24만명)이래 15년만에 최대이다.
한편 이란관계자들은 최초 지진후 2시간20여분 동안 여진이 이어졌으며,12시간 뒤에 강도 6.5의 또 다른 지진이 피해지역을 엄습,생존자들을 경악케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은 카스피해에 인접한 잔쟌,길란 2개주로 모두 1백30여개 도시 또는 마을중 상당수가 「1백% 파괴」되는 등 폐허화됐으며,전력 전화 수도 등도 모두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의 절반이상이 잔쟌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도됐다.
하셰미ㆍ라프산자니 이란대통령은 21일 하오 긴급각료회의를 소집,전 공무원은 비상태세에 돌입하도록 명령한뒤 지진피해지역을 직접 방문했다.
이란 적십자사 관계자는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하고 의료장비 식량 혈액 담요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테헤란 국영TV는 수천명이 붕괴된 건물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도로가 파괴되고 기상조건이 악화,구조작업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정부는 이스라엘과 남아공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지원을 받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란역사상 최악의 지진은 2만5천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78년 동부지역지진 (진도 7.7)이었다. 영국지진연구소는 이번 지진이 88년 2만5천명의 희생자를 낸 아르메니아지진보다 10배나 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C서 긴급구호기금
【테헤란ㆍ워싱턴ㆍ제네바 외신=종합】 이란의 지진참사를 돕기위해 세계각국이 속속 구호작업에 나서고 있다.
유럽공동체는 1백20만달러의 긴급구호기금을 이란에 전달키로 했으며,유엔은 주제네바 구호조직을 통한 즉각적인 지원활동에 들어갔다.
미백악관은 하셰미ㆍ라프산자니 이란대통령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고 『이란이 요청한다면 인도적 원조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등도 재정지원과 구호물자지원을 약속했다.
○무너진벽돌 산처럼
○…최대 피해를 입은 잔쟌주와 길란주는 대부분의 마을이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 초토화돼 지옥을 연상케 했다.
잔쟌주에서는 「올레야」란 한 도시에서만 1천5백명이 숨졌으며 다른 73개 마을에서도 1천6백명이 붕괴된 건물더미에 깔려있는 상태.
길란주에서도 인구 10만명의 로샨등 3개 주요도시가 80% 이상 파괴돼 무너진 벽돌더미가 산처럼 쌓여있다.
○헬기조종사 아연실색
○…구조활동을 벌인 이란의 한 헬기조종사는 길란주는 광범위하게 파괴됐다며 『하늘에서 보니 주도 라시트에서 남쪽으로 80여㎞ 떨어진 로우산시 사이까지는 아무런 지상 구조물흔적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지역은 곡창지대
○…지진의 최대피해지역인 이란 서북지역은 이 나라에서 토지가 가장 비옥하고 부유한 마을과 경치가 수려한 산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란 관영매체들은 이번 지진으로 총면적 5만㎢,주민수 4백만명으로 추산되는 길란 및 잔쟌주의 사망자수를 미처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소련 아제르바이잔 공화국과의 국경으로부터 테헤란북쪽 해양휴양지에 이르는 카스피해 해안을 품고있는 길란주는 이란에서 가장 강수량이 많은 주요곡창지대이며 이란 최대의 삼림지대로 둘러싸여 있다.
◎이란은 숙명적인 지진위험대/터키∼인니간 「최다발 횡아시아 지진대」 통과/「발칸지진」이 전주곡… 심야발생으로 더 피해
이란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이번 지진은 지질학적으로 볼 때 이란이 세계최대 지진발생지역인 횡아시아지진대에 속해 있어 피할 수 없는 재해였다.
횡아시아지진대는 지중해터키이란히말라야 산맥미얀마(구 버마)인도네시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펼쳐 있는 단층대로 형성돼 있다.
특히 터키에서 북동쪽으로 이란에 걸친 지역은 이 지진대중에서도 아나톨리안 단층대로 불리는 곳으로,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버금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진다발 지역이다.
또 이 지역은 지구의 유라시아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 등 4개 플레이트(지각판)가 만나는 곳으로 플레이트와 플레이트의 경계에서는 항상 지진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세계는 12개의 플레이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지진은 따라서 지진발생의 정통코스대로 횡아시아지진대의 아나톨리안단층대가 이동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한 지진대의 동일선상에 놓여있는 지역에서는 인접지역에서 큰 지진이 나면 이것이 촉매가 되어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질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이란 지진도 지난 5월30일 루마니아등 발칸반도 일대에서 일어난 지진이 「전주곡」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동유럽에 피해가 적었던 반면 이란에서는 최소 2만5천명이 사망하는 참변이 일어난 것이다.
지진역사로 볼때 이란에서는 68년 쿠루산지역 지진으로 1만2천명이 사망했고 78년 타바스에서도 2만5천명이 사망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12차례의 지진이 일어났다.
횡아시아지진대로 볼 때도 88년 소련의 아르메니아에서 2만5천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70년 터키 77년 루마니아 등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강도는 이란의 공식발표로는 진도 7.3이지만 미관측소의 관측으로는 7.7,영국의 관측으로는 7.5를 기록,세계지진사상 손꼽히는 강진으로 분석됐다.
또 피해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지진이 일어난 시간이 자정직후여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집안에 있었던데다 잠든 사람이 많아 대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가옥이 대개 토담이나 벽돌집이었기 때문에 진동에 쉽게 무너졌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피해지역에는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려 구조반의 현장접근이 어려웠던 점도 사상자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됐다.
지진전문가인 서울대 이기화교수(지질학)는 『이란과 터키 등은 숙명적으로 지진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며 『이미 루마니아등에서 지진이 발생해 이 지진대에서 또 다른 지진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미리 이에 대비하지 못해 피해가 엄청나게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교수는 또 『지진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진파중 P파의 속도등 여러가지 요소를 분석해 미리 지진발생 예상지역의 주민들을 대피시켜 피해를 줄일 수 있으나 이번 지진발생지역은 워낙 지진대가 광범위한데다 첨단예보장비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어 재해를 막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