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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이 이끄는 개혁(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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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이 이끄는 개혁(사설)

입력
199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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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역사의 각성자로서 지식인의 사명은 언제나 무겁다. 사고가 앞서면 행동이 더디고,행동이 앞지르면 생각이 못따른다. 행동하는 지성이 강조되면 생각하는 지성은 파리한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생각하는 지성에 기울면 행동하는 지성은 무모한 현실참여라는 눈총을 받는다.지식인의 고뇌는 햄릿과 돈키호테의 편향을 지양하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시대,우리 지성은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사면초가의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특히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의 고뇌는 더한층 컸다. 안에선 무력하다는 핍박,밖에선 주견이 없다는 공박에 시달린 것이 어쩔 수 없는 지적분위기이며 상황이었다.

우리 시대의 아픔은 권위의 추락이라 할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존엄은 안팎의 도전으로 크게 훼손당했다. 교수와 학생의 본연의 관계가 뒤틀리고 그 위상마저 혼돈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지성의 방황이 언제까지,어디로 흘러갈지 예측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지성의 본질은 어찌보면 외유내강이라 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약해도 알맹이는 단단하다. 진정한 지식인의 목소리라면 언제나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그 조용한 소리에 귀를 모으게 된다.

요즘 지식인들의 정제된 화음이 들리기 시작함을 우리는 주목하고자 한다. 감정적인 저항이 아니고 논리와 현실개혁에 바탕을 둔 도전의 목청이 매우 신선하다. 서울대학교교수 1백여명이 「사회정의연구 실천모임」을 만들었다는 소식도 그래서 반갑고 눈ㆍ귀를 번쩍 뜨이게 만든다.

지식인 운동은 정치나 사회운동과 궤도를 달리한다. 현실문제를 다룸에 있어 이해관계를 애초부터 배제하고 초월하는 것이다. 이상과 가치를 제시하며 현실의 모순과 개혁의 방향을 지시하는 게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사회정의연구실천모임은 바로 이러한 작업의 고행을 스스로 짊어지고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바다.

우리의 고뇌는 희망의 불투명과 가치혼란에 있다. 발전을 강조할수록 갈등의 지적이 세차며 역사의 흐름을 외면한 이념대립이 세대와 계층을 갈라 놓으려 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오를 지적하는 논리는 반시대적 반동으로 몰아부치며 지성적 논쟁의 개입조차 거부하려는 독단이 세차게 머리를 들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이러한 반지성적 작태는 결국 지성의 여과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이 차원에서 생각할 때,현실고수주의 경향도 엄격한 지성의 비판을 벗어나기를 바란다는 것이 큰 잘못임을 일찍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자기 이익의 옹호는 자기 상실과 파탄의 위험을 초래함을 마음 깊이 새겨 둬야할 것이다.

서울대 지식인의 움직임은 겨우 태동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문제제기나 방향 설정은 우리가 받아 들이기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와 법,개혁과 민중,기술과 문명,교육과 사회발전등 연구과제가 매우 심도있고 다각적인 것이 이 모임의 특징이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어느만큼 그것을 수용하고 소화하느냐는 것이다. 제대로 흡수한다면 도약의 단서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생각하며 행동하고 연구를 통해 개혁과 발전방향을 모색해 나가려는 지성에 성원을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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