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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회기 낭비/이병규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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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회기 낭비/이병규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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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겨우 문을 연 국회가 초반부터 맥없이 굴러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회기에 들어간 이번 임시국회는 상임위활동의 강도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앞서 자료제출과 현황보고를 듣는 상임위 일정을 21일부터 3일간 잡아 놓았다.그런데 바로 이 상임위 활동이 가관이다.

위원장이 새로 선출되어 회의분위기가 상견례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이해해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상임위 재배정을 앞둔 탓인지 상임위 활동에 의원들의 관심이 전혀 없는 모습들이다.

『얼마 있지않으면 소속상임위가 바뀔텐데 자료는 요구해서 무얼하고 현황보고는 들어서 어디다 쓰겠느냐』는 식이다.

21일에는 16개 상임위중 11개가,22일에는 9개만이 잠깐동안씩 회의를 했고 주말인 23일은 거의 회의가 없다.

국회는 25일부터 5일간 대정부 질문을 하고 오는 30일과 7월2에는 본회의를 다시 열어 국회법 개정안등을 처리한뒤 회기후반을 맞는다. 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항상 능률성에 지적을 받으면서 「재탕 삼탕」의 발언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30일의 전체회기중 7월2일까지 16일동안 무기력하고 낭비적인 모습을 보일 국회상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번 국회는 3당통합이후의 정국운영에 있어 분수령이자 시금석이 될 것으로 이미 예상돼왔고 여권마저도 「총체적 난국」임을 시인했던 지난봄의 국가적 위기상황을 겪은 끝에 소집된 국회이다.

하나하나가 국정의 지표를 좌우할 여러 개혁입법과 산적한 민생현안을 해결해야할 국회치고는 이해하기 힘든 태평스러운 모습이다.

국회와 의원들이 난국해결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쏠리고 있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고 정치적 허탈감이 냉소주의로 확산돼가고 있음을 알고있다면 이렇게 한가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기우이길 바라지만 거여가된 여당의원들은 3당합당체제아래서 국회가 지닐 수밖에 없는 힘의 한계를 미리 인정해 버렸고,또 졸지에 소야가된 야당의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모처럼만에 소집된 국회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때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감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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