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조약 자체의 폐기론까지/“북한오판초래… 주둔 미에 이익”/대 북한 관계개선통한 개방유도엔 공감/“한국 경제력바탕 군사력우위 시간문제”/“상응조치 없는 철군 북 양보 포기하는 꼴”【워싱턴=이재승특파원】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대한반도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미한반도 문제전문학자들 사이에 미국의 대한불참여론(한미방위조약폐기 및 주한미군철수)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전발발 40주년을 맞아 워싱턴의 진보적 두뇌집단인 사설 정책연구기관 캐토(CATO)연구소가 21일 워싱턴의 캐피틀힐튼호텔에서 「한미동맹변화의 시기」라는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한반도문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대한반도정책 재검토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이날 11명의 분야별주제발표자들은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컨센서스를 이루었으나 그 접근방법에서는 첨예하게 대립된 견해를 제시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더그ㆍ반도캐토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대한국 불참여론과 이에 맞선 월리엄ㆍ테일러 CSIS(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부소장의 철군신중론 및 안보정시론이었다.
반도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54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고 한국에서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한국에 미국의 안보이해의 사활이 걸려 있지 않으며 한국이 경제ㆍ정치적으로 북한에 비해 우위에 있고 군사적으로도 선택하기만 하면 우위확보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의 이날 세미나발표 주제는 「외교정책」지 겨울호에 게재됐던 것으로 그는 이 외교전문지 기고에서 『그럴 일이 없겠지만 남한이 무너진다해도 미국의 안보는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고 『한반도가 미국방위에 긴요하지 않다는 50년도 미합참의장의 분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ㆍ테일러 CSIS부소장은 반도씨의 분석은 『기본적으로 오류이며 그러한 분석은 북한의 남침을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논박했다.
그는 이러한 분석은 또한 북한에 대해 호혜적인 양보를 얻어내려는 외교적잠재 가능성을 낭비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적 우위,특히 최근에 나타난 핵무기 생산추구 움직임등을 지적,주한미군의 상당한 감축은 북한으로부터 그들도 같은 조치를 취한다는 보장없이는 단행해서는 안된다고 주한미군의 감군을 북한의 감군에 대한 협상의 칩으로 사용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더그ㆍ반도(캐토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은 의미가 퇴색해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해야하며 주한미군의 철수를 개시해야 한다.
소련 및 동구와의 관계개선,중국과의 접근 등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확립돼가고 있는데 비해 북한의 고립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젊은 세대간에는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으며 한미간의 무역마찰은 친미적 성향의 기업인들과 중산층마저도 미국에 불만을 갖게끔 만들고 있다. 기존의 한미관계는 균형을 잃고 있으며 따라서 한미 군사동맹관계도 더이상 존재이유가 없다.
미국의 자동개입이 보장돼 있는한 한국은 방위책임의 확대를 원치않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방위는 한국인 스스로가 떠맡아야한다. 북한은 이제 위협적존재가 아니다.
한국이 미군을 필요로하던 과거의 상황은 변화됐으며 이제 한반도의 분쟁은 완전히 한국화돼야 한다. 한국을 떠남에 있어 미국은 우선 중소와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불개입협정체결을 모색해야 하며 주한미군의 단계적철수일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후 주한미군을 완전철수시키고 상호방위조약을 폐기시켜야 한다.
공식적인 한미연합사의 작전권을 한국군에 이양하는데서 시작해야 하며 그후 한국에 배치된 전략핵을 철수시켜야 한다. 중소와 협력하여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할 필요가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한국군에 핵억지력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미국이 스스로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억지역을 떠맡아서는 안된다. 철군이 완료된후 미국방부는 한국이 더이상 미국의 방위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개념하에 태평양군사배치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또한 평양과 어떤 형태로든지 공식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미군철수로 인한 극동의 안보공백을 일본이 메우지못할 이유가 없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정치ㆍ경제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서울이 군사분야에서도 주요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맡을 때가 됐다.
▲윌리엄ㆍ테일러(CSIS부소장)
공산주의의 황혼,그리고 고르바초프의 새 사고에 영향받아 한반도가 군사력 삭감의 인기있는 한 표적이 되고 있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한국 및 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는 경제전략 문화적고려 등 복합적인 측면을 갖고 있으며 대한방위공약은 이같은 문맥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한국군은 지난 40년전보다는 훨씬 강해졌지만 북한은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한국에 비해 여전히 군사적 우위를 누리고 있다. 재래식 전력에서의 우위에다 지난 80년대초부터 신경가스 4종류를 포함한 다량의 화학무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핵무기제조시설도 추진중이다.
영변의 30메가와트 원자로는 히로시마급 원폭33개제조에 충분한 핵연료를 소모하고 있고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두개의 재처리공장은 거의 완공단계에 있다.
한반도의 군사균형이 언젠가는 한국우위로 바뀌겠지만 문제는 그같은 분수령이 2천년이전에는 올것 같지는 않다는데 있다. 그 사이에 북한은 그들 맹방의 도움없이도 한국에 대해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 거의 모든 정보기관들의 분석평가다. 북한의 과거행태와 김일성의 집념으로 미루어 남침의도는 항상 안심할 수 없으며 이지역 강대국간의 긴장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한반도에는 유럽과 같은 다자간 안보 네트워크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은 이 지역 군사력조정에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하며 주한미군의 감축이 꼭 불가피할 경우 한국정부와 협의,북한 및 소련측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군사력감축을 보장받는 선에서 감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억지력을 멀리서 유지하려는 전략조정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한국군의 자주방위능력이 커진다고 이를 미군이 빠져나오는 안전판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지역적 또는 우발적분쟁의 억지대상 지역을 넓히는 방향으로의 전진배치전략을 재구성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북한과 소련의 위협이 없더라도 아시아에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은 태평양시대에 대비,미국자신에게도 이익이다.
▲테드ㆍ카펜터(캐토연구소 외교정책연구실장)
한국의 안보는 흔히 미국의 안보이해관계에 대단히 「결정적」(Vital)인 것으로 얘기되어왔다. 그러나 이는 묵은 냉전식 사고의 산물이며 정확한 개념규정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안보이해관계에서 한국은 하나의 변두리적인 존재다.
미국에 대한 안보공약의 비용과 위험부담을 정당화시킬만큼 한국은 경제적으로,전략적으로 미국에 중요하지가 않다.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무역상대국이라지만 최악의 경우 전체 교역이 갑자기 끊어진다해도 미국의 거대한 5조달러경제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며 한국을 중요한 전략적 자산의 하나로 간주케 한 전진배치의 냉전독트린개념도 중요성을 크게 잃었다.
더구나 70년대이후 미중국관계개선과 소련의 변화등으로 중국과 소련이 한반도에서 분쟁을 부추기거나 군사적 적대관계를 심화시키는 상황은 예견되지 않고 있으며 이 지역에 막대한 소련군사력이 존재하고 있으나 어떤 확정적인 동기나 위협증대로 해석되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군사충돌은 남북한간의 지역분쟁이지 세계적인 전략에 영향을 주는 분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받아들여져서도 안된다.
미국의 대한 안보공약의 목적을 북한의 민주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새지도자교체에다 맞추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미국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킬 정도로 한국은 미국에 결정적인 존재가 아니며 그런 존재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셀리그ㆍ해리슨(카네기평화재단)
미국의 한국주둔은 남북한의 정치구도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한에서는 민주화를 방해하고 북한에서는 군부중심의 대외공포증적인 강경파들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들 북의 강경파들은 집권노동당내부의 보다 온건하고 대외지향적인 세력들과의 정책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남한에서는 미국이 한미통합군사령부의 지휘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87년 민주개혁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군이 계속 결정적인 정치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구조의 주요한 받침대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정치양극화 야당의 지속적인 급진화,기층세력의 신당,민자당결성 를 가속화시켰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한미방위동맹에 따라 한반도장래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국방성에 의해 계속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의 군사적위협에 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므로 미국은 평양의 정책투쟁에는 머뭇거리는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에서 노동당의 실용주의세력이 김일성의 승인아래 수구세력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경제개혁에 착수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평양개혁자들은 국방비지출 감소와 소비재생산증대를 원하고 있다. 북한이 88년 12월 남북한의 상호감군과 주한미군의 단계적철수를 요구하는 군축안을 내놓은 것은 일반민중의 소비재요구압력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접근을 계속 거부해왔다. 워싱턴 서울 평양의 군부지도자들은 현상동결에 묵계의 동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남북한과 평양 워싱턴의 관계 진전은 미소사이에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대폭감소되지 않고서는 활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모스크바는 87년 이후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미소양군의 대폭적인 상호감군을 요청했으나 미국은 해군력의 감군이 요구된다는 이유에서 이 제의를 거부했다. 한반도의 장래는 결국 한국인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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