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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변한 북한의 대화제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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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변한 북한의 대화제의(사설)

입력
199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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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손바닥 뒤집듯하는 북한의 태도는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소 정상회담에 강한 불만을 느껴 모든 남북대화의 전면거부를 선언한 지 1주일만에 갑자기 이를 번복,대화를 제의해 왔다.지난 2월8일이래 4차례나 대화거부­재개­거부­재개제의로 오락가락했지만 어쨌든 5개월만에 대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우리측이 지난 일을 거론않고 이를 수용키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에따라 내달초 남북 고위급회담 7차 예비회담과 국회회담 11차 준비접촉이 이뤄질 예정이나 문제는 회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화통지문에서 북한측이 대화재개를 제의한 이유를 「평화통일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려는 염원때문」이라고 한 것이 진심이라면 민족의 통일요구와 시대적인 대변혁 흐름을 감안,과감한 개혁 개방의 자세로서 대화를 성공시킴으로써 모든 부문에서 활발한 남북접촉과 교류로 확산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북한측에 다시한번 촉구하고 싶다.

이번 북한이 태도를 바꿔 대화재개를 제의해온 데는 몇가지 속사정을 엿볼 수가 있다. 공산주의의 양대 종주국인 소련과 중국의 개방과 대화압력이란 측면도 있을 수 있고 장차 한국의 대중소 접근을 견제하고 미국ㆍ일본과의 관계증진,경제협력을 추구하기 위한 외교적 포석이라는 사정도 있을 수 있다. 또 한국의 북방정책 성공에 따른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한편 국제적으로 자신들이 대화를 주도한다는 평화의지의 과시라는 선전도 들 수 있으며 남한 내부의 통일논의의 분열을 노리고 지지계층을 확보한다는 전략의 측면 또한 없지 않을 것이다. 즉 그들의 새 군축안과 유엔에 남북한 단일의석 가입제의에 일부 야당과 재야,운동권학생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른바 그들이 주장하는 통일역량을 구축 축적할 수 있다는 점등이다.

이같은 일련의 저의때문에 북한은 회담은 계속 진행시키겠지만 합의점을 찾기보다 선전등으로 회담을 오래 끌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이는 그들이 통지문에서 앞으로 회담에서 한소 정상회담등과 관련,『귀측의 사대주의적이며 분열주의적인 반민족행위가 대화와 통일과업에 장애요인으로 되고 있는 한 계속 반성을 촉구하고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회담의 전도가 걱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북한은 장차 회담에서 자신들이 낸 군축안과 미군철수,3자회담 개최,남북 평화협정 체결 등 이른바 정치ㆍ군사적 측면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동서독의 성공례였던 인적ㆍ물적 교류,즉 이산가족의 자유왕래와 남북간의 경제교류등을 다룰 적십자및 경제회담을 제외시킨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같은 북한의 저의와 계산아래 이뤄질 남북대화에 우리측은 어떠한 자세와 각오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먼저 우리 복안의 보다 과감한 제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대소ㆍ중 등 공산권 접근이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니며 그런 뜻에서 이런 접근은 계속 한다는 우리의 확고한 자세와 남북간의 모든 부분에 걸친 직접접촉이 상호신뢰를 쌓고 또 함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인내를 갖고 설득하고 인식시키는 일이다. 다음으로 비록 판문점에서의 대좌가 예비회담 성격이지만 저들이 군축안을 이미 낸 만큼 우리도 군축안과 단계적인 교류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는 정치와 군사문제만으로는 45년간 꽁꽁 얼어붙은 대결체제를 녹일 수 없으므로 비정치적인 측면,즉 이산가족들의 자유왕래와 교역등을 촉진하기 위한 적십자및 경제회담이 병행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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