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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그리기/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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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그리기/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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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 고위관리들을 만나 얘기하다보면 가끔 얼굴이 뜨뜻해질 때가 있다.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화도 나게 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신문 때문에 경제 망친다』는 모 대학교수의 글을 실어 화제가 된 신문도 있었지만 상당수 경제부처 관리들은 국민들의 이해부족을 개탄하고 있다. 무슨 정책을 써봐도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 주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탄식들이다. 정책은 좋은데 그만한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이해부족과 비협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런 발상때문에 5공시절에는 경제교육이 일대 유행을 이루었었다.엘리트 경제관료들이 착상해 낸 이상적인 경제정책들을 제대로 효율적으로 수행해나가도록 하기 위해 국민을 교육시키자는 것이었다. 6공들어서도 정도는 덜하지만 국민들을 제대로 좀 교육시키라는 얘기들이 많았다. 특히 요즘들어 과소비에다 부동산투기 물가불안 등이 심각한 과제로 부각되면서 이런 얘기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얘기들이 창피스럽게 들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아가 치밀기도 하는 얘기다. 국민들이 무지해서 정책이 제대로 안된다니 화가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오히려 머리만 어지럽고 뭐가 뭔지 모를 일들만 하고 있는 셈이어서 도리어 경제관료들이 나무람을 당해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야단소리만 들리니까 노여운 생각이 안들 수도 없다. 사흘이 멀다하고 무슨 종합대책이니 특별대책이니 조치니하는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내용들이 무엇이었던가,어떻게 추진되고 어떤 효과를 냈던가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는 실정이다. 어렵고 복잡하기만 하고 눈에 알기 쉽게 보이는 결실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옛날 얘기에 이런 것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때 얘긴데 제나라의 유명한 화공이 한번은 임금앞에 불려나가 그림을 그리게됐다. 왕이 그 화공에게 한마디 물었다. 『어떤 그림이 가장 그리기 어렵소?』

『개와 말입니다』 『그러면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은 어떤 것이오?』 『도깨비입니다』 왕이 어째서 그런가고 이유를 묻자 화공이 대답했다. 『개와 말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것이며 아침 저녁으로 대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대로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도깨비의 경우는 형체가 없고 사람눈에 띄지도 않아 아무렇게나 그려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리기가 쉬운 것입니다.

경제정책을 하는 데도 개나 말처럼 누구나 알 수 있고 조석으로 얼굴을 대해서 옳고 그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교육시키고 이해시켜서 따라오게하는 정책,복잡하고 어려워서 형체를 알 수 없고 실물확인도 할 수 없는 도깨비 그림같은 정책이 오히려 손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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