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효과 “실종”… 과소비등 역효만심화언젠가 한 외국인과 시청앞 거리를 내다보며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그가 거리에 지나가는 모든 차량이 한국에서 생산된 것이냐고 묻기에 자랑스럽게 저기 지나가는 승용차와 버스가 전부 우리가 만든 제품이라고 대답하였다. 나의 대답을 들은 그 외국인은 한국이 자동차를 생산하여 내수뿐아니라 수출까지 할 수 있을 만큼 산업발전을 이룩하였다는데 칭찬을 금치못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기나라에서 만든 자동차만을 타고 다니는 국가는 아마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한국이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우리 경제가 6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경제정책인 국내산업보호주의의 결과로 무엇이든지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것은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인의 불만과 같이 우리경제는 더이상 수입제한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개방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따라서 80년대 중반부터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 품목들의 수입이 자유화되기 시작하였고,80년대 후반기에는 통상마찰등 선진국의 거센 압력에 의해 결국 공산품에 대한 수입자유화가 거의 완료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작년에는 평균관세율도 11.2%로 대폭 인하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수입자유화는 경제에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에 대하여는 수입이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높여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개방과 더불어 이제까지 국내업자들끼리의 한정된 경쟁이 아니라 외국기업 및 제품과 우리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함으로써 기업체질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수입자유화로 외국에서 생활필수품까지 도입하게됨에 따라 국민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따라서 과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물가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수입자유화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을 보면 유리하고 좋은 면보다는 몇가지 중대한 부정적인 문제만을 드러냈음을 알 수 있다.
첫째,수입이 물가수준을 낮추는데 얼마나 공헌을 하였는가를 보자. 한 예로 작년에 원화의 환율은 1달러에 6백80원선까지 계속 절상되었다. 이는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을 저절로 인하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하여 생산하는 제품은 원가가 그만큼 낮아지므로 이것이 국내시장에서 가격인하로 반영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작년까지 수입이 물가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오히려 금년에 들어서는 수입가격이 물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단적으로 우리 경제의 큰 변화인 수입개방과 환율절상을 경제안정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둘째 최근 가장 심각한 사회적문제가 되고 있는 과소비에 미친 수입자유화의 영향을 보자. 수입개방으로 요즈음 특히 우리 눈에 많이 띄는 과거에 수입이 극단적으로 억제되었던 고가,고급의 사치성 일반 소비재들이다. 이는 중급품질의 저가상품에서는 국산품이 전통적으로 경쟁력이 있으므로 수입상들이 자연히 고가ㆍ고급품을 일차적으로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고가ㆍ고급의 일반소비재 수입이 전체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4%에 불과하므로 수입의 전반적인 동향을 좌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고가ㆍ고급제품의 시장출현은 우리 사회의 소비수준과 요구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부작용을 일으켜 과소비라는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는 지난해 1년동안 냉장고가 15배,신사복이 9배,세탁기가 3.5배,오락용구가 4배 등으로 소비재 수입이 급격히 증가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비록 이들 고가의 수입소비재들이 일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사회분위기를 너무나 급격하 소비화사회로 바꾸어 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수입구조가 우리의 자체 기술개발에 미치는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의 36%를 산업용 전자,전기,기계류가 점하고 있고 이들의 수입증가율도 19%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의 기술수준이 낮음에 따라 주요자본재의 공급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기업의 기술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주요자본재가 국산화되지 않는 한 자본재의 지속적 수입은 우리 경제구조의 큰 약점으로 남을 것이다.
금년들어 우리경제에서 수출은 1%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그치고 수입은 12% 수준으로 증가되고 있다.
그 결과로 금년에는 5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서 55억달러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결국 시장개방으로 인한 수입자유화 정책은 물가도 잡지못했고,오히려 과소비를 조장했으며 자본재의 해외의존도를 더욱 높임으로써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하는 역기능을 하였다. 그렇다고 일단 경제가 개방되어 수입자유화가 실시된 이상 다시 수입제한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오늘의 세계경제 여건하에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다시 보호무역주의의 색채를 강하게 띠기보다는 수입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수입개방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입구조를 유도해 나가는 것이 경제정책의 급선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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