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수읽기 여야 “물밑열전”/겉으론 유동… 공론화ㆍ시기 본격 저울질 여/“장기집권 구상” 반대… 2원집정제 의심 야/이번 국회 전초전 공방 불가피내각제개헌문제가 끊임없이 정치이슈화되면서 슬그머니 공론화의 단계를 밟고 있다.
내각제개헌은 3당통합의 대전제였던 만큼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의의 여지가 없지만 추진핵심인 여권지도부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단계에서 슬그머니 논의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즉 노태우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김대중평민당총재와 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추진시기를 유보하면서 개헌의 불가피성을 거론한 것이나 19일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이 여러모로 해석되는 개헌에 대한 입장을 피력한 것 모두가 여권핵심부가 추진하려는 개헌일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민자당이 이번 임시국회에 대정부 질문을 통해 내각제개헌의 당위성을 집중거론하겠다는 자세는 개각제 개헌에 대한 여권핵심부의 불분명한 「부인」과 함께 공론화가 내부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또 평민당의 공개적인 반대입장도 같은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입장◁
여권은 평민당등 야권이 내각제개헌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개헌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보고 외형적으로는 유동적이다.
따라서 표면상 대야 공식논의나 가론은 자제하되 먼저 여권내부의 의견조정을 꾀한 후 점차 대외적 공론화를 추진한다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여권은 이미 내각제 논의가 멀지않아 공식제기될 것으로 야권에서도 예상하고 있다고 보고,이번 임시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통해 내각제개헌의 당위성을 제기하는 데 이어 하한정국을 이용,당차원의 세미나ㆍ정책토론회 등을 개최,대국민 공감대 확산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핵심부는 개헌정치 일정과 관련,「91년 상반기 국회통과」와 「91년 정기국회통과」의 두가지 안을 상정하고 있으나 최근 야권이 설정한 주투쟁 종대화방침과 국민여론을 감안,이 두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여권이 개헌통과 목표를 최종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정치적 배경은 개헌추진에 따른 「정치환경」 조성및 국민공감대 형성과 개헌이후 노대통령의 임기보장등 위상문제를 어떻게 고려하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 가운데 「91년 상반기」 목표를 검토하고 있는 조기개헌론자들은 ▲올 상반기 공론화(내부적으로 개헌안 작성) ▲올 정기국회서 여야협상착수 ▲91년 상반기(1,2월) 국회통과 ▲91년 2,3월 국민투표 ▲14대 총선실시(91년 하반기)로까지 정치일정을 구상하고 있다.
이같은 조기개헌 추진은 노대통령의 통치력이 강화된 시점이 개헌추진 시기와 일치돼야 하며 그 시기가 바로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다. 이는 개헌을 노대통령 후반기에 추진하게 되면 레임덕현상과 맞물려 있는 데다 민자당내부에도 예측못할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반해 일부 민정계 중진들과 민주ㆍ공화계 등은 현재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국민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만큼 대내외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공식논의는 자제하면서 개헌목표를 「91년 정기국회」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91년 상반기 여야협상착수 ▲91년 정기국회 통과 ▲92년 2,3월 국민투표 ▲14대 총선(92년 3,4월) 등으로 정치스케줄을 잡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정치일정아래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여론조성의 시기가 비축될 수 있으며 노대통령의 임기문제도 정치적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김영삼대표나 민주계측은 개헌이후 김대표의 확고한 위상보장과 국민여론 향배를 계산하면서 내심 유보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김대표가 지난 19일 개헌문제와 관련,『국민의사와 야당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내각제개헌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민자당 각 계파가 엇갈리는 해석을 한 것은 개헌을 둘러싼 당내의 미묘한 기류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물론 김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내각제개헌에 소극적인 자신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지만 민정ㆍ공화계가 「원칙론적인 의사표명」이라고 해석한 것이나 김종필최고위원이 『결국 시간이 정답을 내려 줄 것』이라고 언명한 것등을 종합해 볼때 향후 여권핵심부의 개헌구도전략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여권핵심부는 내부적으로 민자당 각 계파의 의견 조율과정을 거치면서 그 이면에는 평민당등 야권과 막후절충을 통해 교감의 폭을 넓히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카운트 다운」에 대비한 공론화및 홍보활동등 대국민공감대 형성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여권핵심부가 6공 후반기의 최대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개헌문제와 이와 맞물린 북방외교및 남북문제가 여권구상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만약 한소ㆍ한중수교 및 남북 정상회담이 조기성사될 경우 여권핵심부는 이러한 「북방의 고리」를 국내 정국구도에 대입시켜 개헌무드를 예정보다 조기추진할 것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 개헌관련 정치일정은 순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야권의 시각◁
평민당등 야권은 내각제개헌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하면서 이 문제와 관련한 여권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권은 내각제개헌을 3당통합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으며 여기에는 현 집권세력의 장기집권계획도 내재돼 있다는 식의 판단을 하고 있다. 야권은 여권이 최근들어 순수형태의 내각제를 들고 나오고 있지만 결국은 2원집정부제가 가미된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민당은 기회있을 때마다 내각제 반대주장을 되풀이 강조해 왔지만 여권의 개헌 속셈에 대한 판단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계기는 지난 16일의 청와대 영수회담.
김대중총재는 회담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노태우대통령으로부터 연내에 개헌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개헌을 한 뒤 자신은 현재의 임기만 마치고 국정에 간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받았다』면서 『만약 개헌을 추진할 경우 이 문제를 평민당과 협의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평민당은 김총재의 이같은 결과설명을 여권의 개헌추진이 올해는 본격화되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구체화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평민당과 사전협의하겠다는 대목에 유의하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당 일각에는 노대통령이 얘기한 「임기만 마치겠다」는 대목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노대통령이 일부러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총재의 거듭되는 내각제 반대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성의 얘기이지 정치현실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민주당은 강령에 대통령직선제를 명시해 놓고 있으며 내각제개헌을 민자당의 장기집권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연추와 전민련등의 재야가 내각제를 비난하는 강도가 평민ㆍ민주당 등의 기존정당보다 드셈은 물론이다.<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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