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기능인력은 모자라서 난리인 데 반해 힘덜 들고 돈 많이 받는 서비스업종과 사무직은 인력이 남아돌아 탈이라고 한다. 우리의 이같은 기능인력 공급상의 불균형과 서비스업종 선호의 불건전한 양태의 근본원인을 따져본다면 그동안 정부가 장기인력수급계획을 만들어 집행하는 데 있어 역시 긴 안목이 결여되어 수급계획에 차질을 빚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지 않을 수가 없다. 두번째로는 고교교육에서 인문고와 실업고의 비율을 68.4 대 31.6으로 장기간 유지,기초기능인력 양성에 실패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사실 우리의 산업구조는 노동집약형에서 미미하기는 하지만 기술집약형으로 탈바꿈을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산업사회화 추세속에서 기초 및 중간기능인력은 물론이고 전자등 첨단산업분야에서 고급기술두뇌가 크게 필요하게 되리라는 예측이 나온 것은 70년대 중반무렵부터였다. 그러나 장기 인력수급계획 수립권한을 쥐고 있는 경제기획원은 기능인력의 수요판단 잘못과 기능인력 양성계획을 고교와 전문대 및 4년제대학의 이공분야 교육과 연계시키는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기능인력 부족난이란 발등의 불을 자초하고만 것이다.
때문에 정부관계부처 차관회의는 지난 18일 95년까지 실업고생 12만명을 증원함으로써 기초기능인력 양성에 역점을 두며,중간기능인력인 전문대의 입학정원 13만5백명(90학년도)을 95년까지 6만명을 증원해 현재의 4년제대학 정원과 비슷하게 하고 단계적이긴 하지만 공고생 전원에게 학비면제특혜를 주는등 산업인력수급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했다는 것이다. 벌써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 종합대책에서 열거하고 있는 지방대학 이공계의 입학정원 자유화추진과 서울대등 국립대와 소위 명문사립대 이공계의 야간대학 신ㆍ증설문제에 대해서는 얼른 이해할 수가 없으며 따라서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의 산업사회가 건전하게 정착하려면 기능인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간판내세우기나 학위양산 풍토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변함없는 우리의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봐도 기초기능인력과 중간기능인력은 엄청나게 부족하고 해가 갈수록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기획원의 추산만 보더라도 96년부터는 매년 소요될 기능인력 27만여명중 20만명정도가 공고등 실업고 출신자이고 7만명정도가 전문대 내지는 대학출신일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첨단분야의 고급기술두뇌는 국내 4년제 이공대 출신의 실력만으로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고급두뇌 양성을 위한 소수 정예의 이공분야 특수대학원을 만들어 선진국의 기술두뇌 양성에 손색없는 교육을 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면 우리는 전혀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서울대등의 이공계 야간대학 신ㆍ증설이나 지방대학의 이공계 정원자유화는 기술인력분야의 실속없는 학사양산만을 부채질해 「인문계 학사양산=학사 취업난 심화」와 같은 현상이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에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기술인력난이 심각할수록 그에 대비하는 대책은 신중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잃지 않아야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해서 우리는 산업인력수급계획은 더 다듬어지고 앞날에 대한 예측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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