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가 조성한 공익자금의 변태지출 사실이 감사원 조사로 밝혀졌다. 액수도 그렇고 지출내역도 모두 놀랍기만 하다. 2천5백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이 이름 그대로 공익을 따라 지출된 것이 아니라 구문공부지시에 의해 특정단체에 지출됐다는 것이다. 5공시절부터 89년사이에 조성된 공익자금이라고 하나 변태의 규모와 방만성이 하도 엄청나 공익자금인지 주머니 돈인지 구분조차 못할 만큼이다.공익자금이라면 마땅히 지출 기준과 지원대상이 분명해야 할 것이다. 공익의 간판만 달았다고 함부로 뒷돈을 대주고 그 운영과 관리조차 외면했다는 것은 마구잡이식 나눠먹기에 지나지 않는다.
지원받은 단체가 과연 적격인지 구분되지도 않거니와 이 자금중 적지않은 부분이 민간단체의 부동산 취득이나 소모경비로 쓰여졌다는 것은 더욱 분통을 불러 일으킬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정부와 관의 독단과 특혜성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방송통폐합과 더불어 발족,언론공익사업과 방송사 운영비 조성및 방송광고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업무를 맡아왔다. 공영방송 체제에서 광고수입의 공익자금화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광고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면서 비대화에 따른 말썽이 자주 고개를 들기도 했다. 공익자금 오용이라는 의혹이 있었으며 정부통제의 시녀역을 한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그리하여 지난해 방송계 일각에선 존폐문제까지 제기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공익자금의 기여도 여기서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 또한 밝혀 두고자 한다. 예술의전당 건립등 가시적 산물도 평가할 만하다. 공익광고를 통한 사회 계도적 역할을 수행한 것도 잘한 일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이런 성과는 오히려 「변태」 운영으로 퇴색해 버리고 만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방송광고 수익도 국민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공영체제의 방송을 이용한 수익은 그 자체로 벌써 공익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아무리 정부의 주무부처에서 지시했다고 해서 멋대로 소모해 버린다면 국민에게 무엇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는지 묻고싶다. 정부의 독단과 광고공사의 무정견한 횡포는 그래서 더욱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공보처는 얼마전 방송구조 개편계획을 발표하면서 방송광고공사로 하여금 민영방송의 광고까지 계속 관장토록 한 바 있다. 이번 변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광고공사의 존폐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이 문제는 섣불리 건드릴 수는 없을 줄 안다. 확실한 대안이 없이는 더 큰 방송광고의 부조리가 생길 위험이 얼마든지 있다.
현체제하에서라도 우선 시급한 과제는 공익자금의 용도와 사용기준및 범위를 객관성있게 설정하고 철저하게 운영을 관리하는 장치마련일 것이다. 지금처럼 눈에 들면 나눠갖기식이나 부실단체에 대한 응급수혈같은 형태는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공익자금이 진정한 공익을 위해 쓰여진다면 말썽이 생길 까닭이 하나도 없다. 떳떳하게 줄곳과 줄때를 가린다면 변태의 오명이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제도와 운영 전반에 걸친 치밀한 재검토가 시급히 요청된다. 방송구조 개편에 앞서 풀어야할 숙제가 바로 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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