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구미 선진민주국가에서는 국회 상임위원회를 「의회의 꽃」이라 하고 그 위원장을 「작은 독재자」 또는 「작은 의장」이라고 부른다. 이는 곧 국회가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되며 또 위원장의 권한과 역할이 막중함을 가리키는 얘기다. ◆우선 나라마다 상임위원장직의 배분방식이 다르다. 먼저 일본 미국 호주 등과 같이 다수당(여당)이 장악하는 케이스다. 이는 책임정치와 일사불란한 국회운영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둘째는 프랑스 서독 벨기에 노르웨이 네델란드 핀란드 등과 같이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국민의사를 상임위 운영에 반영하고 여야가 책임을 공유ㆍ분점한다는 논리다. 셋째는 위원회 운영과 의안심의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 일부 특별위원장을 소수당(야당)에 할애하는 것이다. ◆즉 캐나다 영국 인도 아일랜드 등에서는 예산위원장직을 관례적으로 야당에 넘겨주며 특히 영국의 경우 행정감독위와 법정기구위등 두 특위위원장도 야당이 맡도록 하고 있다. 한발짝 나가 덴마크의회는 야당의원이 발의한 중요법안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특위위원장직은 야당의원에게 배정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위원장직을 야당에게 할애하는 것은 여야간의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야 어느 쪽이건 위원장직을 맡으면 철저히 국민편에 서게 마련인 것이다. 레이건부시 등의 공화당 대통령하에서 민주당출신 하원세출위원장이 예산 삭감에 강력한 기능을 행사해 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겨여인 민자당이 이번 국회에서 새로 선출하는 상임위원장을 제헌국회이래의 「독식」관례를 내세워 「한자리도 줄 수 없다」고 했다가 결국 평민당이 요구한 4당체제때의 몫(4자리)을 할애했다. 정국안정,특히 여야의 격돌을 피하게 됐다는 데에는 일단 반가운 일이지만 거여답지 않게 「이랬다 저랬다」하는 줏대없는 자세에 눈살이 찌푸려 지게 된다. 민주화시대에 걸맞지 않게 거여의 일방적 국회운영만을 생각했었다면 한심한 구태가 아닐 수 없다. 위원장 자리는 정치적 흥정대상이나 당략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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