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가 「고성장ㆍ고물가ㆍ경상적자」로 전환/「성장중시」 3개월만에 다시 「안정위주」로 개편준비/“당초원칙 유지해야”의견도우리 경제의 모습이 연초 예상과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갈 전망이 짙어짐에 따라 올 하반기 경제운용 방침을 놓고 실무관계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올 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실질 국민총생산(GNP) 9.0% 성장,소비자물가 12∼13%상승,경상수지 18억달러 적자로 예상된다는 것.
물론 KDI예측이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할수야 없지만 국책연구기관이며 지금까지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예고하는 역할에 충실했던 것을 생각할때 적어도 큰 줄기에서 현격한 오차를 보이지는 않을것이라는게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의 생각인듯 하다.
그런데 문제는 KDI의 전망이 지난연말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올 경제운용계획과 크게 다른 모습을 비치고 있다는 점. 정부는 운용계획에서 GNP성장 6.5%,소비자물가 5∼7%,경상수지 20억달러흑자를 정책목표로 제시한바 있다.
다시말해 우리 경제는 당초 목표인 「저성장 저물가 국제수지흑자」에서 「고성장 고물가 국제수지적자」로 크게 헝클어진 모습으로 뒤바뀔것이라는 얘기다.
○…이승윤부총리는 지난 16일 『하반기 경제운용은 물가안정에 최대역점을 두고 올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한자리수로 묶겠다』고 밝혔다. 이부총리를 비롯한 현경제팀 입장에서는 3ㆍ17개각당시의 호언처럼 「성장중시」정책으로 일단 성과를 거둔 셈이긴 하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에겐 국가경제 전체의 GNP성장률이 향상되는것은 좋지만 소비자물가가 12∼13%로 뛰는 상황이 더욱 근심스러울게 당연한 일.
따라서 이부총리가 밝힌 것처럼 하반기 경제운용의 중점과제가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주어진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운용방향을 불과 3개월만에 「성장중시」에서 「안정중시」로 바꾸는 역할을 맡게된 기획원 실무자들은 최근 『변덕에 가까운 정책전환은 그렇다 치더라도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수 없는 상황이 문제』라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실무자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첫째 이유는 『과연 지난 1ㆍ4분기중 10.3%성장을 「과열」로 봐야하느냐』는 현실진단의 차원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분기별 GNP 성장률이 5.9%(3ㆍ4분기)∼7.5%(2ㆍ4분기) 사이를 오르내렸으므로 올 1ㆍ4분기중의 10.3%는 호황국면임을 부인키어렵다. 또 성장의 견인차인 제조업이 지난해 최고 5.7%성장에서 올 1ㆍ4분기엔 7.1%로 뚜렷이 회복세를 보였으니 적어도 지표상 경제위기가 아님은 입증된다.
그렇지만 1ㆍ4분기중 성장의 내용을보면 ▲총소비 증가 11.1% ▲건설투자 46.9%증가등 내수위주로 경제가 지탱된반면 이기간중 수출은 불과 0.1%증가(물량기준)에 그쳤다.
1ㆍ4분기 10.3%성장을 무색케하는 또다른 요인은 주요경기지표의 동향.
2∼3개월뒤 경기를 예측케하는 선행지수는 지난해 10월이후 적은 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이다 4월들어 전달과 같은 보합세를 보였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고작 0.1포인트가 증가,96.5를 기록했다.
순환변동치가 증가세를 보인것이 지난 2월이후 불과 3개월째. 아직 적어도 경기지표상 「대세불황」국면을 완전히 벗지 못한 상태로 여겨진다는 얘기다.
이런상황에서 전면적인 안정화시책을 쓴다면 마치 지난 4월초 1ㆍ4분기중 10%를 넘는 경기과열을 까맣게 모른채 부양책을 쓴것보다 더욱 심각한 시행착오를 재연할지 모른다.
○…또다른 고민거리는 두자리수로 전망되는 물가를 잡아낼 정책수단이 과연 있을 수 있나하는 점.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작황은 하늘의 뜻에 맡긴다쳐도 환율ㆍ재정ㆍ통화등 주요 정책변수를 손댈여지는 사실상 거의 제한돼있다는것.
원화환율은 국제수지 적자에 따라 미세한 절하추세를 지속중이나 엔화약세로 수출증대에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수입물가를 부추기는 악재가될 공산이 크다.
재정은 말이 긴축이지 돈쓸곳이 산적해있고 이번 1조9천억원 추경에서 영구임대주택 2만호 건립 예산과 지난해 추곡수매가 인상에 따른 양곡기금지원등 6천억원이상이 제외돼 또한 차례 추경편성이 불가피한 상태.
기획원 관계자들은 『무슨일이 있어도 총통화증가율은 19%이내로 묶겠다』고 강조했으나 KDI분석에 따르면 현주세로 미루어 연간 19%선을 달성하기위해 올 4ㆍ4분기중 총통화증가율은 전년대비 13.3%이하가 돼야한다.
자금수요가 급증할 연말께 엄청난 규모로 통화환수가 따라야 한다는 결론이어서 이것 역시 지난사의 하나.
○…지난 13일현재 전국의 종업원 1백인이상사업체 6천7백개가운데 임금협상을 매듭지은 곳은 모두 50.8%인 3천4백여개 업체.
이들 업체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9.4%로 지난해(18.7%)의 절반에 못미쳤다. 두자리수 물가고가 예상되는 하반기중 임금협상에 나설나머지 업체의 근로자들이 어떤 요구를 들고나올지는 불을 보듯하다.
결국 전후사정이 이토록 꼬여가자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 6ㆍ19이후 올 4ㆍ4조치까지 모두 4차례나 경기부양책을 쓴데 힘입어 올 1ㆍ4분기 10%이상 성장을 기록한 것같다』고 지적,『당국이 잇단 앰풀주사에 따른 「거품경기」에 현혹되지말고 차라리 올운용계획을 수정없이 진득하게 밀고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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