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책임자에도 “공산주의 실현불가”언급/개혁ㆍ보수파 모두가 제동… 일부선 사임 점쳐소련경제개혁의 실무책임을 지고 있는 니콜라이ㆍ리즈코프 소련총리가 17일 공산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리즈코프는 이날 『공산주의는 가까운 장래에는 실현불가능한 요원한 이상』이라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공산주의의 현실적합성을 부인했다.
공산주의에 대한 이같은 「솔직한」견해는 공산당내 급진개혁파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표출돼온 것이어서 새삼스러울게 없다. 보리스ㆍ옐친은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대통령)으로 선출되기전의 미국방문기간중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공산주의의 궁극적 이상사회는 꿈속에나 존재하는 유토피아』라고 못박았었다.
그러나 리즈코프의 이번 「고백」은 그의 권력내 위치 및 담당업무의 비중과 관련,옐친과 같은 인사의 발언과는 사뭇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즉 현실적인 필요에서 자유주의시장경제도입을 추진하고 있을 뿐 이념적으로는 진정한 사회주의의 구현을 여전히 목표로 하고 있다고 내세워온 고르바초프등 공산당내 권력핵심층의 의식 변화나 「진심」을 대변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급진개혁파 조직인 「민주강령」이 다음달초에 개최될 공산당대회에서 새로운 정당을 결성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민감한 해석을 낳고 있다.
리즈코프는 그동안 고르바초프등 소련지도부가 직면한 개혁의 고충과 딜레마를 한몸에 진 인물로 평가돼왔다.
행정수반으로서 그가 몇차례 마련한 경제개혁안은 보수파와 급진개혁파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아 번번이 채택과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묘한것은 보수ㆍ개혁파를 불문하고 「리즈코프개혁안」에 담긴 「가격제도의 혁명」과 그로인한 생필품값의 폭등을 주된 비판거리로 삼았다는 점이다.
명분과 논리는 다르지만 이같은 반발은 결국 70여년간 인플레 실업 도산이 없는 사회주의경제체제속에 안주해온 소련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불안과 저항감을 반영하는 것이고 바로 여기에 실무책임자인 리즈코프의 말 못할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리즈코프는 한때 자신의 경제개혁안에 대한 국민투표실시와,부결될 경우 내각총사퇴를 제안함으로써 경제개혁추진에 대한 부담감을 권력핵심층 및 국민과 나눠지겠다는 의사를 비췄었다.
지난 15일 고르바초프가 대통령 포고령으로 경제개혁을 강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 제안은 일단 무효화됐다.
그러나 일부관측통들은 이번 발언을 계기로 리즈코프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오랫동안 경제정책 문제에서 고르바초프의 방패막이가 돼온 리즈코프의 효용가치가 이미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리즈코프본인도 이점을 의식한듯 거듭 사퇴의사를 밝혀왔고 이번 공산주의의 현실성에 대한 이례적인 발언도 그래서 가능했을지 모른다.
리즈코프는 소련 최대기계 제작공장중의 하나인 우랄마스보자드공장 공장장으로 있던 75년,정부 기획 및 예산위원회로 옮겨 앉으면서 중앙무대에 진출했다.
79년 중공업차관을 거쳐 고르바초프의 후임으로 중앙경제위원회 제1서기로 승진한 그는 85년 3월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치국원이 되면서 총리에 발탁되는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했다. 당시 그루지야 공산당 제1서기였던 셰바르드나제도 역시 외무장관으로 전격 기용됐었다.
그러나 5년후인 현재 두사람은 전혀 다른 처지에 놓여있다. 이러한 명암의 차이는 고르바초프가 외교에서 거두고 있는 혁혁한 성과와 내정의 참담한 실패를 그대로 상징한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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