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가 냉전을 청산해가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의 하나가 북한이다. 우리는 18일 아침 신문을 통해 북한에 관해 또하나의 충격적인 보도에 접했다(한국일보 1면). 북한이 6개월내,그러니까 연내에 핵무기를 갖게될 것이라는 소련관리들의 말이다.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동독과 차우셰스쿠시대 루마니아를 통해 기술과 농축우라늄을 입수,연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소련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이보도는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뿐만 아니라 영국의 유력한 일요신문인 선데이 타임스도 전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는 증거로 영변에 짓고있는 핵시설이 국제적인 문제거리가 돼왔지만,북한자신이나 소련측의 반응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애매모호한 채 베일에 가려진 상태였다. 게다가 북한은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미사일을 휴전선 근처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제 스커드ㆍ미사일을 개량한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 개발보도가 사실이라면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과 핵무장 경쟁이 촉발될 것이다.
이와관련해서 최근 북한이 군축과 관련해서 일련의 움직임을 보였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먼저 북한은 남북 군축에 관해 지난달말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쪽에서도 이 제안이 종전의 주장보다 한걸음 앞선 것으로 보고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와 엇비슷한 때인 지난 12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북한이 핵안전협정 협상대표단을 보내겠다는 통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실한 공식 확인은 없지만,북한이 예상을 앞질러 연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군비축소 제안이나 핵안전 협정 협상과는 정반대되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비극은 북한이 세계에 유례없는 폐쇄된 사회여서 저들의 정치ㆍ군사적 의도를 상식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핵무기 개발보도에 접하면서 우리는 또한번 김일성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우려하게 된다.
낙관적으로 보자면 김일성은 이제 불가피해진 군축과 어느정도의 개방을 앞두고,「협상카드」로서 핵폭탄을 만들 차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김일성이 안팎으로 휘두를 수 있는 정치적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이 평화의 미소를 지을 때,그 막후에서는 무서운 침략이나 테러의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는 지난날의 체험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6ㆍ25전쟁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한편에서 군축과 핵안전협정을 내놓으면서,또 한편에서는 핵폭탄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만드는 불장난을 김일성은 아직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어느쪽이건 핵폭탄을 무기로 궁지를 모면하려 한다면 치명적인 불장난이라는 것을 김일성은 깨닫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우선 우리는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의 핵폭탄 연내개발 가능성에 대해 정부의 정확한 정보판단이 무엇보다 급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남북의 군비경쟁은 새로운 단계로 확대될 것이 확실하다. 물론 우리는 한반도가 「뒤늦게」 핵공포의 균형상태를 빚는 지역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김일성이 6ㆍ25에 이어 제2의 불장난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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