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북방카드로 “새 구도 필요” 정지/평민에도 동참기회 교감 꾀할 듯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 평민당총재와의 지난 16일 영수회담에서 최대의 관심사였던 내각제개헌 문제가 쌍방의 기본입장만 개진한 채 시각차를 노정했다는 점에서 여권이 추진하려는 개헌구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내각제개헌에 대한 민자당내부의 의견조율과 야권과의 「부분합의」나 「묵시적 동조」를 얻어내 여권핵심부가 구상하고 있는 정치일정대로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현재의 민자당 내부사정이 미묘한 데다 재야와 범야권내에서 김 평민총재의 「행동반경」이 유연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여권으로선 곳곳에 장애요인을 안고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여권은 당분간 수면아래서만 개헌논의를 전개하되 민자당 각계파의 이견을 좁혀나가는 한편 평민당등 야권과는 정국운영의 파트너로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개헌논의와 관련한 교감의 폭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즉 여야간에 개헌논의가 공식화되기 이전까지는 내부적으로 개헌추진에 따른 도상연습등 후속대응조치 구상에 주력하고,대외적으론 한소ㆍ한중 관계정상화및 남북 관계개선등 외치와 이를 위한 정치권의 뒷받침과 국민적 합의바탕마련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북방및 남북관계의 국가적 과제실현이 가시화될 경우 한반도 주변정세의 신질서 구축과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에 부응할 국내정국 구도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정치권에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하면 여권내부의 내각제개헌 일탈기류를 차단하는 한편 평민당등 야권과는 대화와 타협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며,북방카드가 호전되는 적절한 시기에 개헌논의를 본격화시키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선분위기 조성후개헌추진전략이라고 해석된다.
노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내각제개헌문제와 관련,『의원내각제가 우리 정치상황에 적합하다고 보나 현재로선 개헌문제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특히 개헌은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하며 언젠가는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것은 여권핵심부가 적절한 시기에 내각제개헌을 추진하려는 향후 정국구도의 대강을 분명히 강조한 대목이다.
이는 민자당 내부의 의견조정및 여야간의 공감대형성등 사전정지작업을 거쳐 개헌추진의 「정치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이 문제를 놓고 3대 계파간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김영상대표가 내각제개헌이후 자신의 위상및 역할에 대한 확실한 「담보」가 설정돼있지 않아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당론결정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욱이 여권이 막후 절충을 통해 야권과 정치제휴를 모색할 경우 김대표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계파간의 갈등과 동요가 일어나 개헌추진에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특히 일부계파 의원의 경우 개헌추진에 관계없이 14대 총선에서 「위험부담」이 있다고 감지하고 있어 개헌문제를 둘러싸고 여권내부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이들은 개헌추진의 후유증과 여론향방을 자신들의 이탈명분으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움직임이 구체화될 경우 이들은 야당권의 통합파 인사들과 새로운 「세형성」을 추진,또다시 정국구도의 변화가 올 가능성도 없지않다는 것이 정가의 진단이다.
김 평민총재는 영수회담에서 내각제개헌 포기와 내정의 민주개혁 촉구를 강조했으나 한편으로는 노대통령의 내각제개헌추진에 대한 의지를묵시적으로 확인한 만큼 향후의 대응방안을 정리해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평민당측은 일단 민자당내부의 움직임,특히 김대표와 여권핵심부간의 관계설정과 그의 개헌입장추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민주당과 재야를 의식하면서도 노대통령과의 상호신뢰만 구축된다면 화전양면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평민당은 우선 개헌문제에 있어 정치적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이 「가을정국」부터 개헌논의를 공론화하더라도 당장은 민주당및 재야와 「개헌분쇄연계투쟁」등의 공동전선을 구축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는 북방외교에서 소외돼온 김 평민총재에게 「동참」의 기회를 부여하려는 여권핵심부의 전략과 이해가 일치되는 부분이다. 다시말하면 여권은 대야 막후접촉을 통해 남북관계및 북방외교에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분아래 김 평민총재의 위상을 강화해주면서 정치권및 여론에 내각제개헌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따라서 여야는 현정국 상황과 국민여론이 조기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올 정기국회 직전까지는 표면적으로 공식적인 논의는 자제하겠지만 분위기 조성을 위한 막후대화는 활발한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