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퇴조ㆍ민족주의 부상 뚜렷/탈소노선등 체제변혁 가속화 될듯/전유럽 통합도 눈앞에동구대변혁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동구 각국의 자유총선이 모두 끝났다.
지난 3월18일 동독에서 처음 시작된 동구의 자유총선은 헝가리루마니아유고체코를 거쳐 지난 10일 불가리아로 이어져 갖가지 극적인 결과들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시작된 동구의 체제개혁은 과도기적 혼란상태를 청산하고 일단본궤도에 접어 들었다.
이번 동구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과거 40년간 동구를 지배해온 공산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어떻게 내려질것인가와 어떤 이념을 표방하는 집단이 새로운 통치세력으로 등장할 것인가 였다. 이 점은 각국 선거에서 최대쟁점이기도 했다.
선거 결과 공산당의 과거유산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배척당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헝가리공산세력으로 동구 국가중 최초로 공산당을 해체하고 서구식 사회민주주의를 수용한 사회당은 총3백86개 의석중 10%도 못되는 33석만을 차지,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동독ㆍ체코총선에서도 공산당은 소수당으로 밀려 났으며 그나마 연정에서 마저 제외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불가리아에서는 공산당의 후신인 사회당이,루마니아에서는 전직 공산당간부 출신이 중심이 된 구국전선이 각각 압승을 거두어 대조를 이뤘다. 물론 불가리아 사회당과 루마니아 구국전선은 과거 공산당과는 완전히 결별하고 사회민주주의를 수용한 전혀 새로운 정당이기는 하다.
어쨌든 이같은 대조적 결과는 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ㆍ동독등 중부유럽권 국가들과 불가리아ㆍ루마니아ㆍ유고등 발칸반도 국가들의 차이점을 보다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동구국가들은 이제 2개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으며 개혁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중부유럽국가들은 보다 빨리 유럽일원으로 합류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총선으로 새로 등장한 동구 집권세력의 공통적 특징은 민족주의적 지식인 그룹이라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이념적 기반을 중도좌파,중도우파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같은 분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동구의 최대 관심사는 이제 이념이나 정치보다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 걸린 경제문제이며 동구인들은 지난 40년간 공산통치를통해 오염된 독선적 이념에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구의 새로운 지배이념은 오히려 민족주의라 할 수 있다. 헝가리 집권당이 된 민주포럼과 최대 라이벌인 자유민주연합과의 차이점은 이념이 아니고 민주포럼이 보다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집단이라는 점 뿐이다.
민족주의의 부흥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동구를 2차대전 직전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회귀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실제로 체코의 경우 체코공화국과 슬로바키아공화국간의 뿌리깊은 대립이 새 정권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다.
각국 선거중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동독 총선이었다. 동독총선에서 우파연합인 독일동맹이 예상밖의 압승을 거둠으로써 독일통일이 엄청나게 급진전 됐다.
동독총선으로 동서독에 똑같이 기민당중심의 쌍둥이 정권이 들어섰고 이에 따라 양측은 오는 7월2일의 전면적인 경제ㆍ사회통합에 이어 양독 통합선거를 오는 12월에 실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동구의 자유총선은 독일통일을 바로 눈앞으로 앞당기고 유럽의 동서대결구도를 와해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이제 소련의 위성국이란 멍에를 완전히 벗어버린 동구 국가들은 소련군의 조속한 철수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내지 개편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바르샤바기구 정상회담에서 이 군사동맹체를 정치적 연합체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도 동구총선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서방측은 동구의 이같은 변화를 아직 방관하고 있지만 바르샤바의 변화에 따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위상 변화도 불가피해 졌다.
결국 동구의 자유총선으로 유럽은 「대서양에서 우랄까지」전유럽의 통합이라는 오랜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될 것이다.
이처럼 동구자유총선은 내부 체제변혁은 물론 전세계 기존질서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역사적 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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