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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대 북한수교 예비포석/가이후의 “북한인정”발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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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대 북한수교 예비포석/가이후의 “북한인정”발언 의미

입력
199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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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국이 유일정부”테두리 이탈 이례적/우리측 큰 부담… 북한,외교공세 계기 삼을듯【동경=정훈특파원】 일본정부의 대북한정책이 양국간의 수교를 목표로 급템포로 전개되고 있어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북한에 대한 이같은 발빠른 행보는 예전에도 불쑥 「등뒤를 찌르는 식」으로 있어온 행태이긴 하지만 그 행동반경이 대개 「한국정부가 한반도에 있어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인식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온 것이 특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가이후(해부)총리가 의회에서 행한 「북한정권에 대한 합법성부여와 사실상의 국가」라는 발언은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한반도에 대해 갖고 있었던 기본입장을 송두리째 뒤엎는 발상으로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정부는 노태우대통령이 취임후 북방정책을 적극 추진하자 이에 편승,지금까지는 우리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접근해온 북한과의 관계를 이제 거리낌없이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3월 당시 다케시타(죽하)총리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정식 호칭하고 또 『북한과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제의한 것도 그하나의 케이스인데 다케시타는 이 제의후 우리정부에 『단순한 관계개선을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고 이해를 구했었다.

따라서 이번 가이후 총리가 북한에 대해 「합법성」을 부여하고 「사실상의 국가」라고 인정한 것은 어쩌면 이 모든것이 수교를 앞둔 일련의 수순일 것이라는 점에서 그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은 것이다.

그러면 가이후총리가 의회에서 행한 발언의 의미를 한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가이후총리는 북한에 대해 『북한을 비합법정권이라고 생각했거나 또 그렇게 말한적도 없다. 단지 국가로서 승인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남과는 별도의 정권이 북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일본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정부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가이후총리는 이어 『지난번 노대통령의 방일시 자신이 행한 한국국민에 대한 사죄는 북한 국민들에게도 적용된다』고 설명,『북한 국민들에게도 직접 사죄를 하고 싶다』고 분명히 밝혔는데 이 역시 수교의사의 명백한 표현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리가 가이후총리의 발언을 주목하는 것은 우선 일본이 한반도를 보는 인식이 과거와는 달리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일본정부가 외무성차원이 아닌 총리차원에서 북방에 대해 적극 대화공세에 나섰다는 점등이다.

일본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변화는 외무성내부에서도 한일기본조약에 명시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자체를 재평가해야 된다는 지적에서도 비롯된다.

즉 외무성은 한일기본조약 제3조인 「한국은 UN결의 제195(Ⅲ)에 명시된대로 한반도에 있어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은 『한국정부의 기본성격을 유엔결의를 인용,확인한 것으로 일ㆍ북한간의 관계에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한다. 외무성은 이같은 견해를 지난해 1월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 견해가 뒷받침이돼 이제 가이후의 발언으로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가이후총리의 이번 제의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나올는지 북한의 대응자세가 궁금한 대목인데 한ㆍ소간의 정상회담등으로 가뜩이나 수세에 몰려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번 가이후의 제의가 공세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것은 북한이 일본의 후지산(부사산)호 선원 2명을 스파이혐의로 6년간이나 연금하고 있어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 문제가 일본에서 크게 정치쟁점화 되고 있어 집권 자민당으로서는 오는 가을 가네마루ㆍ신(김환신) 전부총리의 파견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가이후의 제의는 가네마루파견에 앞선 사전지원 포석으로 이해되고도 있지만 일ㆍ북한접근은 아무래도 우리에겐 큰 부담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은 노대통령이 제창한 「2+4」(남북한 미일중소 6개국 협의회)의 우리편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한층 그러한데 비록 일ㆍ북한 양국이 당장 수교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변의 정황이 모두 수교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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