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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재 “얘기도중 한때 고성ㆍ얼굴붉혀”/노­김 3시간회동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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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재 “얘기도중 한때 고성ㆍ얼굴붉혀”/노­김 3시간회동 이모저모

입력
199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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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발표도 이례로 분위기 언급 안해/김 “앞으로 걱정”에 노 “자주 만나 협의” 여운○…16일 열린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평민당총재간의 여야 영수회담은 상오 10시부터 하오 1시까지 3시간동안 진행돼 예상보다도 빨리 끝난 셈.

그러나 이날 거론된 현안들은 사상최다여서 논의의 밀도면에선 어떤 다른 회담보다 강도높았다는 후문.

이날 회담에서 내각제,3당통합,각종법안,임시국회 등 미리 준비된 대상현안들은 대체로 한번씩 논의됐는데 노대통령이 주로 총론을 언급한 반면 김총재는 각론을 거론했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

회담분위기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회담이 끝난 후 청와대측이 「화기애애」 「유쾌한 자리」 등으로 회담분위기를 설명해온 것과 달리 이날은 일체의 언급이 없는 것으로 미뤄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던 듯.

이수정대변인은 회담후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들어가지 않아 알지 못한다』고 짤막히 언급.

이에 앞서 노대통령은 상오 10시께 총재회담을 위해 청와대에 도착한 김총재를 맞아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잦은 비와 이상기온 등 날씨를 화제로 5분간 담소.

노대통령은 『최근 비가 많이 와 수해와 냉해가 염려된다』고 이상기온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며 『지난 80년에도 냉해가 심해 식량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었다』고 당시 미국산 쌀 도입상황을 회고.

이에대해 김총재는 『그때 쌀을 너무 많이 도입해 문제가 됐었지만 이제는 쌀소비도 줄어 여건이 달라졌다』고 응답.

김총재는 이에앞서 상오 9시58분께 자신의 승용차로 청와대본관에 도착,노재봉비서실장과 최창윤정무수석,노창희의전수석의 영접을 받은 뒤 비서로부터 회담자료인 듯한 대형서류 봉투 2개를 건네받아 회담장으로 입장.

○…회담시간과 관련,청와대측은 이날 노대통령의 하오 일정때문에 김총재측에게 회담을 하오 1시까지 끝내줄 것을 사전에 요청했다는 후문.

김총재는 회담직전 노대통령이 입장하기를 기다리면서 최정무수석을 불러 『점심식사는 안해도 괜찮다. 내가 양해하면 되는 거지요』라고 하오 1시까지는 회담을 마치겠다는 의사를 표명.

이날 회담은 점심시간으로 이어져 간단한 오찬을 함께했으며 하오 1시께 종료.

이대변인은 노대통령으로부터 회담내용을 전해 들은 뒤 1시간45분께 보도진에게 거론된 현안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주로 노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중심으로 회담결과를 설명.

○…김대중총재는 이날 하오 1시30분께 당사로 돌아와 회담결과를 설명했는데 『한마디로 말해 이렇다할 성과없이 돌아왔다』며 무거운 표정.

김총재는 『얘기도중 고성이 오가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으며 노대통령이 때로는 책상을 치기도 하더라』고 말해 회담분위기가 심각했음을 전달.

김총재는 『3시간동안의 회담중 노대통령이 한소 정상회담등에 대해 1시간정도 먼저 얘기했기 때문에 실제 대화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면서 『기탄없이 얘기를 주고 받아 합의가 되면 좋고 합의가 안되더라고 서로의 마음이나 아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먼저한 다음 회담에 들어갔다』고 소개. 이로써 김총재는 이날 회담의 의의가 어떤 합의도출보다는 의사소통에 있었음을 은근히 강조.

김총재는 『내가 먼저 노대통령에게 내각제개헌문제와 3당합당 그리고 5공청산합의때의 약속이행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말해 회담의 분위기가 경직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간접설명한 뒤 『노대통령이 책임을 국회로 미룰 때는 「무책임한 소리」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부연.

김총재는 『노대통령이 개헌문제를 얘기할때 「대통령직선제에 자신있으면 해보시오」라는 얘기도 나에게 하더라』면서 『노대통령은 「대통령 5년하기에도 지쳐있다」고 까지 말하며 개헌과 관계없이 임기후에는 당연히 물러날 것이라고 하더라』고 설명.

김총재는 『회담장을 나올 때 「결국 빈손으로 가게돼 나라의 앞날이 걱정입니다」고 했더니 노대통령이 「그런 소리 마십시오. 앞으로 자주만나 협의합시다」고 말하더라』고 전해 한가닥 여운을 남기면서도 『회담에 임할 때부터 합의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첨언.

한편 평민당의원들은 영수회담을 둘러싸고 두텁게 형성된 「낙관론」의 영향으로 「혹시나」하는 기대를 걸고 있었다가 회담이 아무성과 없이 끝나자 허탈해 하는 모습.

많은의원들은 『이제 정치는 없는것 아니냐』면서 『기대할 상대가 따로 있는 법이지 민자당에 기대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애써 자위.

조승형의원은 『12ㆍ15타협도 지키지 않는 마당에 합의해봤자 필요없지 않느냐』고 가세했고 이재근 전사무총장도 『원래 만나서 얘기나 한번 해보자는 것 아니었느냐』라고 주장.<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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