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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평행선… 「만남」에 만족/노대통령­김총재 회동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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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평행선… 「만남」에 만족/노대통령­김총재 회동이 남긴 것

입력
199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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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 초당대처외 구체 합의 못봐/“심중만 탐색”… 당분간 정국불투명거여소야의 새로운 정국구도하에서 처음으로 열린 16일의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평민당총재간의 청와대 여야 영수회담은 상호평행선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북방외교ㆍ남북관계ㆍ통일문제에서의 여야협력에 의한 초당적 대처에 합의한 것 외에는 내각제개헌문제ㆍ3당합당의 시각ㆍ지자세 실시문제ㆍ국군조직법개정문제 등 주요현안의 처리방법등에서는 서로간 다른 시각과 입장에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회담은 앞으로 정국의 향방을 가름하는 주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노대통령이 회담말미에서 『평민당에 긍정적 결과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나와 김총재,그리고 여야간에 이번 회담을 통해 신뢰관계가 이뤄졌다는 것보다 더 큰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언급한 대목과,김총재가 당으로 돌아와 『소득이 있었다면 서로의 생각을 솔직이 알게된 것이며,앞일이 걱정된다』라고 언급한 대목등은 이날의 노­김회담의 「성과」와 평가를 그대로 대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의 회담이 평행선의 입장확인으로 그쳤으나 부정적 의미로서만 해석될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 우선 여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3당합당후 여야간 감정적 앙금을 정리하고 대화의 디딤돌을 마련했으며,국정논의 테이블에 야당을 동참시켰다는 긍정적 분석이 가능할 수 있다.

반대로 평민당 입장에서 본다면 국정의 당당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확보했으며 특히 김총재가 국정운영권자인 노대통령의 괄목상대역 이라는 점을 새삼 상기시켜 야권통합 움직임과 민주당창당으로 미묘해 질 수 있는 자신의 위상을 확고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하면 여야 모두 장기간의 대화공백과 감정적 앙금을 정리하고 상호 실체를 인정하고 더불어 정치적 위상을 제고했다는 풀이가 가능해 진다는 분석이다.

이날 회담에서 합의를 본 남북관계및 통일문제ㆍ북방외교는 매우 추상적이기는 하나 흥미롭게 지켜 볼 대목이다. 남북문제에 있어서 여권보다 상대적 진보의 위치에 있던 김총재가 노대통령의 정세인식과 대처방법에 입장을 같이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두사람간의 이같은 인식 일치는 앞으로 일어날 중요한 정치적 상황 전개,즉 내각제개헌문제및 차기정권 향방과 관련한 협상에서 이해일치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회담직후 『노대통령과 솔직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밝히고 『적어도 연내에는 내각제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전했는데,내각제개헌문제에 있어서 노대통령의 심중이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실 이날의 노­김회담의 가장 중요한 요체는 내각제개헌문제에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었다. 이미 여권에서는 내각제 개헌의 운을 띠고 있고,이에대해 평민당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대응자세를 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고 보여진다.

노대통령은 내각제개헌문제와 관련,우선 지금은 개헌논의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하면서도 ▲의원내각제 선호에 대한 입장과 소신의 불변 ▲대통령제 선거방식의 폐해성 우려 ▲내각제개헌은 국민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또 『국민이 원치않을 경우 개헌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언급들을 찬찬히 살피면 그뜻은 분명해진다.

즉,지금은 내각제개헌의 논의시기는 될수 없으나 「언젠가는 개헌논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설사 평민당이 내각제개헌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사표명이라고 해석되어지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김총재가 『3당통합이 이뤄진 상황에서 내각제개헌이 추진된다면 장기집권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는 헌법에 보장된 임기이상 더 임기를 지속하거나 장기집권을 할 생각을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이는 내각제개헌이 장기집권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개헌의 의사를 다시한번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의 회담으로 여야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전기는 이뤘으나 정국은 당분간 불안정의 형국을 띠어 갈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이 강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으며 당장 18일부터의 임시국회가 시끄러워질 공산이 크다. 평민당은 국민에 대한 직접대화의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은 단기적 시각이며 장기적 시각에서는 여야영수간 입장정리가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국의 안정기반에 긍정적 계기가 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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