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중립화 불가능… 현실적 대안/범유럽안보체 구축 통합 촉진/소는 신안보체 구성보다 나토변화 유도해야<뉴스위크 6월18일자 본지독점> 헨리ㆍ키신저전미국무장관은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지 6월18일자에 「유럽의 장래에 관한 제언」을 기고했다. 뉴스위크>
키신저전장관은 이글에서 폴란드 체코 헝가리등 중부유럽3개국의 중립화를 통한 범유럽안보체제를 구축,하나의 유럽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키신저전장관의 기고를 요약,전재한다.【편집자주】
지난번 미소정상회담은 유럽의 참여없이 유럽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었던 초강대국들간의 마지막 회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정치적통합으로 안보문제는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게 됐고,핵우위를 바탕으로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렸던 미소는 앞으로 유럽의 정치적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질 것이다.
지난번 미소정상회담에서 독일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은 이유도 미소의 유럽에 대한 이해관계를 토대로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은 유럽의 질서개편과 관련,▲독일의 나토ㆍ바르샤바 양대기구 동시가입 ▲독일의 중립화 ▲독일이 나토와 정치적 관계는 갖되 군사적으로는 단절하는 방안 ▲소련의 나토가입 ▲범유럽안보체제수립등 여러방안을 제안해왔다.
소련은 과거 스탈린식 외교정책보다는 전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나 미국을 서유럽과 분리하려는 정책은 계속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소련측이 독일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미국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판단,나토체제의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의 나토가입을 전제로 나토의 정치적동맹으로의 전환,독일의 무장제한,독일의 소련에 대한 경제원조제공,일정기간동안 동독주둔소련군의 주둔비를 부담하는 방안,서독이 독일영토내의 핵무기감축등의 양보적인 제안을 해왔다.
고르바초프대통령과 보좌관들은 소련이 독일의 나토잔류를 막을 수 없으며,나토군이 동독영토에 주둔하는 것이 위협이 될 수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동독이 해체돼 2차대전이전의 5개주로 환원되면서 통독이 되는 것은 결코 막을 수 없는 대세다.
양독은 서독기본법 23조에 따라 독일연방공화국을 구성할 것이며 독일의 나토회원국 지위를 포함,모든 법과 조약들이 현 서독체제에 따라 적용될 것이다.
따라서 독일의 중립화안은 나토가 해체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며 소련역시 현실적으로 동독에 군대를 주둔시킬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통독이 될 경우 동독주둔소련군은 더이상 바르샤바회원국들과 합동군사훈련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가장 현실적 안보체제는 첫째,오스트리아방식에 따라 폴란드 체코 헝가리등 중부유럽 3개국을 중립화하고 둘째,이 중립지대 양쪽의 소련과 독일지역에 군사력을 엄격히 제한하며 셋째,현동독영토에 나토군을 주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가 구축되면 동서양측은 중립지대설치로 인해 기습공격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게 되고 상호조기경보체제로 충분한 감시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유럽의 재래식전력 군축협상은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유럽의 신안보체제와 군축은 미국과 서구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소련군은 국내에만 주둔할 수 밖에 없으나,유럽을 겨냥한 핵전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앞으로 정치적 분야에서 통합을 가속화할 것이며 조만간 안보문제 역시 거론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존하는 대서양 양쪽의 대화채널은 변화할 것이고,나토에서는 이미 군사적 이슈가 논의되고 있다.
정치적 문제도 유럽공동체(EC)를 구심점으로 유럽통합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미국은 나토의 정치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소련측에 독일의 나토가입을 인정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나토의 정치적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문제를 떠나서 유럽일부에서는 미국이 나토를 통해 유럽에 대한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EC가 나토의 토의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 것이며 미국도 EC의 결정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또,유럽통합의 충분한 진전이 이룩되는 시기에 미국과 EC간에 새로운 협약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소련은 유럽문제에 관여할 자격이 있으나,북미 유럽 소련을 포함하는 유럽안보체제를 구축하자는 제안은 협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 보다는 나토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관련당사국들이 모든 사안에 동의를 한다면 새로운 협력체제는 불필요할 것이다.
유럽은 앞으로 「유럽공동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할 것이며 경제 환경 문화 인권 등 모든 분야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단결할 것이다.
나는 미국은 냉전시대에는 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었지만 동서양진영이 서로 승리와 패배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이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이런 질서를 구축하는 첩경은 과거의 이슈들에 관해 논쟁하는 것을 중단하고,미래에 논의될 문제들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