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마약 복용하다 체포… 정치생명에 치명타/주민들 일단안도… 5∼6명 후보 경합벌여/언론선 “불출마는 기소철회 목적”분석도「검은 바다의 불침항모」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마리온ㆍ배리 워싱턴DC시장(53)이 침몰하기 시작했다.
코카인소지등 14건의 마약법위반혐의로 현재 연방법원에 기소돼있는 배리시장은 지난 13일 하오 워싱턴DC소재 흑인명문대학인 하워드대에서 4선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배리시장은 이자리에서 『나의 지지자들과 여론조사는 내가 재출마하는 경우 승리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으나 『지금은 개인적으로 나를 위해서나 정치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치유의 시기이다』라고 불출마의사를 표명했다.
배리시장은 지난 1월 워싱턴DC 중심가 한 호텔에서 여자친구와 만나 코카인을 한두모금 빨다가 현장을 덮친 FBI요원들에 의해 체포돼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러나 배리시장과 그의 지지세력들은 이번 사건이 그를 제거하려는 백인우위 정치의 음모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것은 궁지에 몰린 흑인정치인들이 흔히 쓰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그후 배리시장은 워싱턴 포스트지와 현지TV방송 등 매스컴들의 비판적인 보도와 사임촉구에도 불구하고 시장직사임은 커녕 4선출마포기도 거부해왔다.
이 때문에 한때 그의 후임으로 시장직출마의사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제시ㆍ잭슨목사도 어정쩡한 상태에서 단념하고 말았다.
워싱턴 DC는 미국의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흑인이 주민의 70∼80%선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근무시간이 끝나고난뒤 시내에 남는 유일한 백인은 백악관의 주인(대통령부부) 뿐이라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배리시장은 후임으로 경합중인 시장후보 6명중에서도 5명이 흑인이니 차기선거전도 그들끼리의 대결이 될게 뻔하다.
배리시장은 재임 11년동안에 부동의 표밭을 갈아놓았다. 『출마하면 당선된다』는 그의 장담은 결코 빈말만은 아니다.
그의 출마포기선언은 우연히도 자신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게 될 배심원선정 최종단계에서 나왔다. 워싱턴포스트지등 언론들은 그의 불출마선언이 검찰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도록 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흑인들의 우상이었던 마리온ㆍ배리는 제시ㆍ잭슨목사와 함께 60년대 중반부터 인권운동에 뛰어들었고 이를 통해 성장해온 입지전적인 흑인지도자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재임기간동안 마약복용,독직,그리고 엽색행각 등으로 범죄와 부도덕사이를 넘나들었다.
배리시장은 이번 4선 불출마선언을 통해 자신을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하고 『절름발이 오리는 결코 죽은 오리가 아니다』라며 언젠가는 재기할 의사를 은연중 비치기도 했다.
그의 정치적 장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많은 워싱턴DC주민들이 그의 불출마선언에 안도의 표정을 짓고 있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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