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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니아ㆍ불가리아ㆍ유고 유혈시위 배경ㆍ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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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니아ㆍ불가리아ㆍ유고 유혈시위 배경ㆍ전망

입력
199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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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3국」 공산체제 청산 몸살/구 공산 재집권에 당혹감 표출/중부유럽「순항」과 대조적… 민주주의 경험적어/야당미미ㆍ공산당거부감 적어 정권위협 안돼최근 실시된 자유총선에서 다른 동구국가들과는 대조적으로 구 공산세력이 승리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심각한 선거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0일의 자유총선에서 집권 구국전선이 대승을 거둔 루마니아에서는 13일 「구국전선 타도」를 외치는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1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 10일 실시된 자유총선 1차투표에서 공산당후신인 사회당(BSP)이 승리한 불가리아에서도 선거부정 항의시위로 수도 소피아의 교통이 전면 마비되는등 혼미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접한 유고에서는 13일 5만명의 군중이 세르비아공화국의 자유총선 실시와 집권 공산당 퇴진을 요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반공집회가 열렸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이들 3개국의 혼란상은 중부유럽으로 분류되는 동독 헝가리 체코 등이 자유총선을 통해 공산체제를 완전히 청산한 것과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시위사태는 자유총선이 공산주의를 청산하는 계기가 아니라 오히려 구 공산세력에게 재집권의 명분만을 준데 대한 반대세력의 당혹감과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루마니아는 구 공산당관리와 군부출신이 중심이 돼 처음부터 그 정통성이 문제시됐던 구국전선이 의회와 대통령선거에서 각각 66%,85%를 득표하는 대승을 거두어 야당세력을 더욱 좌절케 했다.

루미니아의 이번 유혈사태는 이온ㆍ일리에스쿠대통령등 구국전선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4월20일부터 수도 부쿠레슈티 중심가 대학광장에서 50여일째 농성을 벌여온 시위대를 경찰이 강제해산시킨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동안 시위대들의 농성을 방관해온 루마니아정부가 갑자기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은 총선승리에 대한 자신감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강제해산에 자극받은 시위대가 내무부청사 및 국영 TV방송국 경찰본부 등을 습격해 불을 지르고 군경도 이에 맞서 무차별 발포를 함으로써 루마니아는 지난해 민중혁명 전야와 비슷한 위기상황을 맞고있다.

이같은 유혈사태를 「우익쿠데타 기도」로 규정한 이온ㆍ일리에스쿠대통령은 단호한 강경대응 의사를 천명,상황은 당분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앞으로 일리에스쿠 정권을 위협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선거결과가 보여주듯 구국전선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절대적이며 야당세력의 존재는 거의 미미한 것이다.

또 현재 야당세력의 핵심인물은 상당수가 소수민족인 헝가리계이기 때문에 루마니아 국민들은 이들의 의도를 불순한 것으로까지 의심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2백만 헝가리인을 대표하는 헝가리 민주동맹당은 7%의 지지를 얻어 제2당으로 부상함으로써 헝가리계 소수민족을 둘러싼 인종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전망이다.

불가리아의 상황도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지만 선거결과를 뒤짚는 사태로 발전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불가리아 사회당은 4백석의 의회의석중 직선으로 2백명을 뽑는 1차선거에서 지지율 64%의 압승을 거뒀으며,오는 17일 2차투표 결과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16개 반공세력 연합체인 민주세력동맹(UDF)은 36.5%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대학생이 중심이 된 시위대는 사회당이 부정선거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선거를 지켜본 외국인 감시단은 『부정선거시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선거는 대체로 공정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시위대들의 주장이 많은 국민들의 동조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가리아 총선에서 구 공산당이 승리한 배경으로는 ▲개혁파 공산세력이 서둘러 민주화 개혁을 실시했고 ▲7개월전에 급조된 야당세력은 분열된 채 조직ㆍ자금ㆍ인적구성면에서 모두 열세에 있었으며 ▲다른 동구국가들과 달리 국민들이 공산당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3국사태의 공통적 배경으로 루마니아 불가리아 유고 알바니아 등 발칸반도의 동구국가들이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부유럽국가들에 비해 민주주의의 경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선거를 통해 공산세력 청산을 이루지 못한게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공산체제 청산을 둘러싼 진통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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