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비업무기준 불합리”사례별 발표/「은밀건의」아닌 공개행동 개시… 귀추주목재계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5월10일과 28일 두차례에 걸쳐 은행여신관리대상인 10대그룹과 35개그룹이 3천여만평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정도면 재벌부동산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생각했던 재계는 국세청이 이달말까지 종전보다 강화된 「4ㆍ4법인세법 시행규칙」에 따라 비업무용부동산을 가려내고 제3자명의로된 부동산도 철저히 조사,증여세를 부과하려 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재계는 이미 지난 7일 비업무용부동산판정기준을 완화시켜 달라고 건의한데 이어 최근에는 재벌의 부동산만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24개 정부투자기관의 대규모부동산도 재벌들과 마차가지로 매각조치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측에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5개 그룹은 지난13일 기조실임원회의를 열어 부동산매각실적이 저조하다는 언론보도에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14일에는 전경련에서 「4ㆍ4법인세법시행규칙」에 명시된 비업무용부동산의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사례별로 지적,발표했다.
재계의 주장은 지난 5ㆍ10및 5ㆍ28 부동산매각발표는 초법적인 것이지만 망국병인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데 대기업이 앞장선다는 의미에서 업무용 뿐아니라 「노른자위」땅까지 다 바쳤는데 또다시 「비합리적」인 비업무용 판정기준을 적용시킨다든지 「불가피했던」 제3자명의 부동산을 문제삼는 것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
재계의 이같은 최근 움직임은 『재벌이 부동산투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자구책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 이같은 재계의 대응책은 과거와 같이 은밀하게 건의하는 형식을 벗어나 강도높은 어조로 적극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의 재벌기조실장모임에서는 정부의 모관계자를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부동산의 「부」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까지 성토할 만큼 매우 강경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는 14일 발표한 「비업무용부동산판정기준의 불합리사례」에서 ▲20여년간 영업해온 골프장 ▲프로야구단등의 연습경기장 ▲공장 한가운데있는 늪지 ▲호텔의 문화재보호지역및 조경지 ▲공장진입로등을 비업무용으로 판정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무려 20여개의 항목을 예로 들었다.
또 부동산매각실적이 저조하다고 하지만 3천여만평이나 되는 땅을 단시일내에 어떻게 팔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재벌들은 언론기관등에서 마치 재벌들이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기왕에 발표한 것은 반드시 연내에 매각할 것이며 처분되지 못한 부동산은 토개공에 넘기도록 돼 있으니까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실질적인 관심은 이미 발표한 3천여만평의 매각이 아니라 이달말까지 결판이 나는 비업무용 부동산과 제3자명의로된 부동산.
49대 그룹에 대해 실시하는 비업무용부동산조사는 국세청이 실사,은행감독원에 통보하게돼 있는데 만약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판정되면 「5ㆍ10결의」에 따라 6개월내에 매각해야 되므로 재계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아닐수 없다. 또 30대그룹의 제3자명의 부동산도 조사가 끝나면 무거운 증여세를 물리도록 돼 있다.
전경련은 이날 발표자료에서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서 『비업무용판정에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므로 공무원이나 은행원에게만 맡기지 말고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로 특별기구를 만들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정부측은 『「4ㆍ4법인세법시행규칙」이 발표될 때는 잠잠했던 재계가 이제와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비합리적이라는 부분이 일부 인정될수 있지만 전체 보유분에 비해 매우 적은 부분이며 실제로는 투기목적의 부동산이지만 업무용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땅도 상당부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4ㆍ4조치보다 더 강화된 비업무용판정기준을 올해안으로 입법할 예정으로 있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재벌들과 또 한차례의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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