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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군사적 지위」 백가쟁명(독일통일 어디까지 왔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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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군사적 지위」 백가쟁명(독일통일 어디까지 왔나:하)

입력
199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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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신평화질서와 직결/「전유럽안보체」 과제 부각/주변국 「나토소속ㆍ동독 특수지대화」환영동서 양독간의 화폐 경제 및 사회적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조약의 체결은 독일인의 입장에서 보면 독일통일의 집을 세우기 위한 집터를 완성시켜 놓은 것이다.

그러나 유럽인의 입장에서 보면 EC 경제사회체제에로의 동독편입,다시말해 동독지역에로의 EC확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각에 서서 서독의 겐셔외무장관은 국가적 통일의 기초를 다진 양독간 국가조약체결과 함께 전후 유럽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말했다. 겐셔외무장관이 말하는 바와 같이 유럽분단을 몰고온 전후냉전적 얄타체제의 유물인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폐허위에 「자유,민주,인권 및 민족자결」의 가치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 짓는 「독일의 집」은 확실히 앞으로 유럽인 모두가 나서서 지을 「유럽 공동의집」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논리에 입각하여 겐셔외무장관은 대외적인 통독전략의 장기목표로서 독일통일을 바탕으로 하는 「유럽 신평화질서」의 창설을 설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적 장기목표 뒤에는 오늘날 유럽인 모두가 바라는 유럽 신평화질서를 창설하려면 먼저 독일통일을 지지해야 될 것이 아니냐 하는 독일민족의 요국 암암리에 숨어있다 하겠다.

서독정부의 대외적인 통독 전략추진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겐셔외무장관은 위의 전략적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이른바 「협조적 안보정책」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겐셔장관에 의하면 협조적 안보정책개념이란 타국의 안보이익을 존중하는 공동안보원칙,가장 낮은 수준의 방위력보유와 군축의 원칙,사회의 민주화 개방 및 상호협력의 원칙을 통해 안보목적을 성취하려는 국가정책개념으로서 기존의 세력균형관념에 입각한 좁은 군사적 안보개념을 넘어선다. 유럽공동의 집의 내용구조물에 해당하는 유럽신평화질서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협조적 안보 정책개념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이러한 협조적 안보정책 개념에 입각하여 겐셔장관은 빌리ㆍ브란트 동방정책의 결실로서 1975년에 창설된 전유럽 안보협력회의체 기능강화 및 조직화를 제기하고 있다.

전유럽 안보협력회의체의 강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양동맹체를 대체할 새로운 유럽집단안보체제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대서양에서 우랄까지 이르는 유럽대통합을 이룩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양동맹체를 대체할 유럽신안보체제의 창출은 놀랍게도 독일통일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지난 5월5일의 제1차 「2+4」본회담 이후 사실상 유럽의 당면 중심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물론 현재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문제를 위한 강대국간의 이해관계대립이 너무나 날카롭기 때문에 유럽신안보체제의 내용구조를 설계한다는 것이 너무 성급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오늘의 유럽상황 변화를 고려해볼 경우 그러한 방향으로의 역사흐름은 명백한 것 같다.

지난 양차 세계대전의 비극적 경험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독일 주변국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럽신안보체제의 창출을 위해 핵심적인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문제도 결국 역사적 악몽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통일독일로부터 오는 위협」을 미리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가하는 문제로 나타날 뿐이다. 기실 유럽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모색을 둘러싸고 현재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인의 입장으로서는 1937년의 독일제국에 비해 겨우 3분의 2 크기에 해당하는 오늘의 동서 양독지역에 세워질 통일국가를 두고 「중부 유럽으로부터 오는 독일위협」을 논하는 것은 한갖 가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서양에서 우랄산맥까지 이르는 유럽대통합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오늘의 유럽인들이 진실로 고려해야 할 안보요소는 비록 페레스트로이카를 힘차게 추진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세계 제2위의 핵대국으로 남아있을 「소련으로부터 오는 위협」일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지정학적으로 유럽대륙에서 떨어져 있는 미국의 역할,다시말하면 유럽신안보체제의 창출이 이루어질 시기까지의 과도기동안 현존의 주유럽 미군의 역할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것은 자명해 진다.

독일통일을 바탕으로한 유럽안보모델 가운데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를 받아들이되 소련의 역사적 안보이해관계를 보장하는 「동독지역의 특수안보지대화」란 겐셔장관의 절충방식이 현재 유럽인들에게 가장 환영받고 있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동독은 물론 프랑스조차도 적극적인 찬의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 마조비에츠키총리는 지난 5월말 프랑스방문을 계기로 통일독일의 중립화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이와 동시에 겐셔의 절충방식을 지지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한편 체코의 하벨대통령은 겐셔방식의 기본원칙에 동의하면서 「헬싱키 안보지대」설치를 요구하는 자기의 독자적 비전을 제시했다. 즉 하벨은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양동맹체 영역을 포괄하는 헬싱키 안보지대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장차 유럽을 민주국가단위에 기초한 정치적 공동체,이를테면 유럽연합으로 조직화해 나갈 것을 주장했다.

이와 같이 유럽신질서 형성에 대한 유럽제국들의 열띤 주장과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미소 두 초강대국 역시 세계사의 대세를 감지한듯 새로운 제의를 하면서 종래와는 달리 퍽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주지되듯이 미소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미소 양국은 비록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에 대해서는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지만 독일문제해결의 기본여건이 되고 있는 군축협상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았다. 30% 전략무기감축 합의,화약무기 생산중지 합의,그리고 유럽 재래식군축에 대한 의견접근 등을 성과로 들 수 있다. 이것이 장차 통일독일의 군사지위문제에 대한 낙관적 해결전망을 가능케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미소 워싱턴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동서 양독은 양독 국방장관회담(5월28일)을 통해 통일 독일땅에 연합국 군대가 상당기간동안 주둔하는 것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정기간,일정영역에서 고전적 의미의 국가주권포기를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곧이어 양독 외무장관회담(6월1일)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중부유럽의 군축목적의 실현을 위해 동맹체(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필요할 뿐이다』는 공동의 뜻을 나타냈다.

서독 겐셔장관은 『1990년 안으로 유럽재래식 군축에 대한 제1차 협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며,적어도 90년대가 저물기전에 통일독일을 바탕으로 하는 유럽 신평화질서의 창설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한뒤 『독일민족의 조기통일은 바로 유럽 대평화에의 기여』라고 말했다.<본=이원명 본사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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