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독 기민당선 조기실시 주장/“서두르면 실업사태” 반론맞서/콜,동독지원 기금조성등 대책 골몰… 실업엔 무책유럽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이 붕괴된지 2백여일만에 독일정계는 벌써 독일통일의 상량식 준비에 부산하다. 지난 5월18일 동서 양독정부가 통일촉진의 기념비적 이정표이자 양동체제통합의 법적기초인 국가조약(Staatsvertrag)을 체결한후 동서 양독 여야정가는 2차대전이래 몽매에도 바라던 전독일 의회구성을 위한 전민족 자유총선시기를 둘러싸고 한편으로 협상에,또 한편으로는 정치권력게임에 몰두해 있다.
지금까지 통일을 주도해 오던 서독 연정내에서 조차 아직도 독일통일 총선시기가 합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점차 본 정가 및 언론계에서는 총선의 날짜가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미 정해진 서독연방의회 선거일자인 오는 12월2일에 서독선거를 제쳐놓고 양독지역에 통일총선을 조기실시하자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내년 1월13일 서독연방의회회기가 끝나는날 통일총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동서양독 체제통합의 결과 필연적으로 야기될 동독경제에의 충격을 고려,좀더 시간적 여유를 갖자고 하는 신중론을 펴는 이도 있다. 어쨌든 전독일 자유총선실시에 의한 독일의 국가적 통일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대세가 되었다.
유럽대륙의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는 독일땅 위에 처음으로 통일독일 민족국가를 창설하여 근대세계사의 전개에 엄청난 영향을 남긴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이후 두번째로 독일민족의 통일을 가져온 영광된 지도자로서 독일민족사에 기록되고자 하는 야망을 가지고 있는 서독의 헬무트ㆍ콩 총리는 현재 독일민족의 숙원인 자유와 평화속의 국가적 통일을 조기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콜총리는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유럽의 평화적 혁명 상황속에서의 독일정세를 평가하며 『독일통일은 근대 독일민족사에 있어 극적인 사건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가 통일열차에 지금 당장 뛰어올라 타지 않는다면 다음 통일열차가 역에 도착할 때까지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다』라고 전독일 의회구성을 위한 조기총선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역사적 시각에서 콜총리가 제시한 조기통일 총선전략은 대동독 차원에서 지난 3월18일 동독 인민의회구성을 위해 최초로 실시된 동독 자유총선을 통해 나타난 동독주민의 강력한 통일의지에 대한 회답이기도 하다. 인민의회구성을 위한 자유총선에서 동독주민은 점진적 통독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사민당(SPD),민사당(PDS),노이에스포룸(Neues Forum) 등을 제쳐놓고 조기통독을 주장한 기민당(CDU)에 예상밖의 높은 지지표를 던져 드 메지에르총리 아래 기민당주도 연립정부를 탄생시켰다.
현재 동서 양독 여야 정가에서 조기 통독론자 사이에 치열한 정치적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지만,오늘의 비상시국 상황속에서 동서 양독에서 모두 조기 통독을 주장하는 기민당이 정권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서독의 저명한 언론가인 테오ㆍ솜머가 말하듯이 『독일민족에게 통일의 대운』이 온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조기 통독을 강행하는 경우 서독 사민당의 차기 총리후보인 라퐁테느(종종 자란트의 나폴레온 혹은 자란트의 마키아벨리라고 불리기도 함)와 동독 민사당 당수인 그레고어ㆍ기지가 신랄하게 비판하듯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서독 사민당의 라퐁테느는 서독 기민당의 콜정부와 동독 기민당 드 메지에르 정부간에 체결된 국가조약에 근거하여 동서 양독을 조기 통합한다면 결국 동독지역에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하게 되고,이로 인해 서독 주민생활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서 양독간의 체제통합으로 인해 일어나게 될 문제점에 대해서는 서독 콜정부나 동독 드 메지에르정부 역시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 양독정부는 그 문제점을 충분히 극복한후 국가조약에 근거한 양독간 체제통합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서독 콜총리와 동독 드 메지에르총리의 참석하에 양독 재무장관 바이겔과 롬베르크에 의해 본의 샤움부르크궁에 있는 서독 초대총리 아데나워 집무실에서 조인된 국가조약은 6장 38조로 구성되어 있으며,의사록ㆍ세부규정 및 부속조항 등이 첨부되어 있다.
국가조약의 내용구조를 분야별로 나누어보면 대체로 다섯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1989년 가을에 일어난 동독민중의 평화적 민주혁명이 독일통일에의 결정적 요인임을 인정하는 문구를 조약전문 앞줄에 못박아 놓았다. 둘째,서독기본법 23조에 입각한 국가적 통일을 역시 조약전문에 명확히 규정해 놓았다. 셋째,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서독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기본방향과 동일한 「사회적 시장경제」에 입각한 연방구조로 전환할 것을 명시했다. 넷째,동독이 체제전환과 동시에 유럽공동체 (EC)에 편입되는 것을 명확히 인정했다. 다섯째,유럽평화질서 테두리속에서 독일통일을 곧 완수하겠다는 독일민족의 통일의지를 명백히 밝혔다.
이러한 내용의 국가조약을 체결한후 동독의 드 메지에르총리는 『동독의 정치 경제적 미래가 유럽공동체(EC)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련 및 동구제국과 특수관계속에 있는 동독이 앞으로 「동쪽을 향한 새로운 전략적 창문」(Ein Neues Strategisches Fenster nach Osten)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한편 콜 서독총리는 국가조약을 바탕으로 오는 7월2일을 기해 실시하게될 동서 양독간의 화폐단일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독간의 통화동맹은 장차 유럽공동체 통화동맹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동서 양독간의 화폐ㆍ경제 및 사회적 통합과 함께 유럽사의 새로운 장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희망찬 미래에의 전망과 함께 콜총리는 동서 양독간의 체제통합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야기될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첫째 금융재정정책면에선 서독정부는 1천1백50억마르크의 「독일통일기금」(Fonds Deutsche Einheit)을 창설했다. 동독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서독 콜총리가 지난 3월의 동독 자유총선에서 공약한 바와 같이 1대1 등가교환비율에 따라 동서 양독간 화폐단일화를 실현하는 경우 동독 지역에서는 필연적으로 거대한 국가재정적자와 인플레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콜정부는 독일통일기금을 창설했다.
통일기금 총액 1천1백50억마르크 가운데 2백억마르크는 연방예산에서 충당되고 9백50억마르크는 자본시장에서 조달되기로 돼있다. 서독 각주의 자본시장에서 조달되는 9백50억마르크는 동독 경제체제의 전환으로 인해 야기될 우려가 있는 동독 국가사업의 도산을 미리 막기위한 지원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1천1백50억마르크의 통일기금을 서독정부는 예상되는 동독 국가재정의 적자금액을 고려하여 4년반에 걸쳐 분할지원할 계획이다. 이 기금의 사용은 서독 연방은행이 관리한다.
둘째,사회정책면에서 콜정부는 기본적으로 동독당국의 자구력에 의지하고 있다. 동독 경제체제가 서독에 편입되는 경우 동독기업 가운데 30%만이 시장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며,20%는 도산이 불가피하고 50%는 자금지원을 받아야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동독경제는 체제전환과 더불어 대량 실업을 유발할 것이 분명한데 현재 이에 대한 대책을 동서양독 정부 모두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회민주주의자이자 동독 재무장관인 발터ㆍ롬베르크는 동독의 기업 도산에 따른 실업유발과 인플레 현상에의한 동독 주민생활의 불안 야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이 두 문제에 대한 사회정책적 해결이 장차 동독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정책적 과제에 대해 서독 콜정부는 현재 약 9천개 사회적 소유의 동독기업을 빠른 시일내에 사유화하는등 동독체제의 급속한 전환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본=이원명 본사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본=이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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