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라,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말라,그래도 후회할 것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일찍 강조한 말이다. 이 말을 조금 바꿔보자. 「결혼식을 요란하게 하라,그러면 후회한다. 결혼식을 검소히 하라,그래도 후회한다」 우리의 결혼 풍습이 이처럼 앞뒤가 꽉 막힌 지경에 이르렀다. 「일생에 딱 한번뿐」인 혼사때문에 말도 많고 번민도 많다. 이래도 후회,저래도 후회가 남는다. ◆일본의 중산층 자녀들은 하와이 결혼이 한창 유행이라고 한다. 신랑ㆍ신부와 그 가족이 「결혼여행」을 하와이로 떠난다. 현지에서 예복까지 빌려입고 상하의 풍정에 휩싸여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겸한다는 것이다. 이만한 결혼비용은 일본 국내에서 드는 것보다 적으면 적었지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일생에 한번」을 장식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이다. ◆우리 결혼 풍속도가 날로 과열되어 간다. 서민가정의 혼수비용이 1천만원에 달한다. 중류ㆍ상류로 가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식비용도 여기에 비례하는 것 같다. 호화식장에서 호화혼례를 올려야 광이 나는 줄 안다. 없는 집안은 그래서 빚을 지고 후회하며,있는 집안은 감히 남이 못따르게 못한 것을 또 후회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결혼을 계기로 팔자라도 한번 크게 고쳐보자는 뱃심인 것만 같다. ◆관청에서 할 일도 많은데 결혼식에까지 관심을 보이고 간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호화예식장에서 호화결혼을 하면 명단을 공개한다거나,호텔등의 예식을 단속하겠다느니 엄포를 놓았다가 슬그머니 또 꼬리를 빼는 모양이다. 공연한 소리를 해서 신용만 잃었다. 졸속행정이니 뭐니해서 안들어도 좋을 야단을 맞은 셈이다. ◆관청도 철이 덜 들었다는 인상을 주었지만,호화혼례를 기를 쓰고 하려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간다. 이런 현상은 흔히 말하는 가치관의 혼란에서 연유한다. 유치한 과시욕이 우리 모두에게 후회와 상처를 안겨주고 있는 것은 아니가. 지금같은 혼례는 비싼 돈을 치르고 후회만 쌓게할 뿐이다. 생각을 빨리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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