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두개의 커다란 국제기구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하나는 아시아ㆍ태평양지역 각료회의(APEC)이고 다른하나는 제47차 유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이다.아태 각료회의는 한국과 미ㆍ일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 등 비아세안(ASEAN) 6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브루나이 등 아세안 6국등 모두 12개국으로 구성된 아태지역의 경제기구이다. 88년 호주의 호크수상이 한국을 방문했을때 노태우대통령과 합의하여 만든 기구인데 첫회의가 작년 호주의 캔버라에서 열렸다.
금년에는 7월말 싱가포르에서 두번째 각료회의를 가지며 세번째 회의를 내년 9∼10월중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제대로 국제기구로서의 내실을 갖추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싱가포르 회의를 거쳐 내년 서울회의때면 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기구에는 3개의 중국(중공ㆍ대만ㆍ홍콩)이 가입을 시도하고 있고 소련도 들어오려고 하고 있으나 회원국간에는 아직 이들의 가입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년 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 같지는 않고 내년 서울회의에서 본격토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마침 최호중외무장관이 11일 방한중인 가레드ㆍ에반스 호주 외무ㆍ무역 장관과 회담을 갖고 소련의 가입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한국으로서는 남방외교무대에서 북방외교를 만나게된 셈이어서 감회가 좀다를 것 같다.
이 기구는 유럽공동시장(EC)을 겨냥한 경제블록이 아니냐는 얘기가 일부에서 나올 정도로 중요한 국제기구이고 한국이 호주와 함께 주도권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성을 지닌다.
다른 하나의 역내 협력기구인 아태경제사회이사회는 유엔 직속기구로서 48개의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다.
한국은 1949년 가입했고 작년에 3만여달러의 분담금을 냈는데 이 기구가 한국에서 총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의미가 각별하다.
내년도 총회의 서울개최는 현재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46차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이 총회의 의장인 피지의 베레나도ㆍ부니보보통상장관은 11일 내년총회의 서울개최가 한국의 유엔가입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ESCAP이 경제 사회문제를 취급하고 있지만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공산권 회원국들이 다음 총회의 서울개최에 반대하지 않은 사실을 들어 이는 한국의 유엔가입을 위한 유망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마치 북방외교가 전부인양 요란하게 떠벌려지고 있는 마당에 두개의 남방외교무대가 내년 서울에서 펼쳐질 것이라는 소식은 우리외교의 안마당을 다시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 두기구에 북한이 가입하고 있다면 서울회의의 의의는 더욱 커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