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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한이 받을 차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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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한이 받을 차례다(사설)

입력
199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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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은 이제 북한의 문을 두드린다. 쌀 한톨의 의미는 우리에게 유별나다. 풍요이든 굶주림이든,함께 나누고 살아간다는 높은 뜻이 담겼다. 쌀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며 생존의지의 씨알이다. 함께 나누고 산다는 것을 잊은 때가 없었다.사랑의 쌀 나누기운동은 이웃을 내몸처럼 위한다는 고매한 사랑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쌀이 남아도 굶주린 이웃이었다면 풍년의 뜻은 반감된다. 그래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사랑의 쌀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사랑의 쌀은 21억원어치가 쌓여졌다. 우리 주변의 가난한 이웃에 전달되었고,처음 약속대로 세계의 빈민을 위해 보내질 것이며,특히 북한동포에게 전달되기를 우리는 경건하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사랑의 뜻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사랑의 쌀은 그 흔한 정치적 의미는 없다. 북한은 지난 84년 홍수때 남쪽에 5만섬의 귀한 쌀을 보낸 바 있다. 그것을 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북의 정성을 조건없이 받아들였다.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본부는 그 보답의 형식으로 성미를 북한동포에게 보내고자 한다는 순수한 의지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우리는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떻다는 것을 귀동냥으로나마 듣고 있다. 체면이 굶주림을 메워줄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북한동포에게 보내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쌀이지 정치의 쌀은 아니다. 성실과 진심은 그것만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우리가 북한의 쌀로 밥을 지어 먹으며 민족애를 생각했듯이,북한도 남쪽의 사랑을 씹는다면 우리의 정성은 헛되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싶다.

거듭 밝히지만 쌀은 우리 동포의 인정의 상징이다. 경기미를 맛보며 북한사람들이 핏줄의식을 느꼈고 이북의 명태맛을 보며 한겨레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살아온 우리가 아닌가.

세상이 바쁘게 변한다고 하지만 민족의 동질성은 좀체 달라지지 않는다.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쌀밥을 나눠 먹는다는 것 이상의 민족의 동질성 확인이 어디에 더 있겠는가.

통일이 쉬운 과제가 아님을 날이 갈수록 깨닫게 된다. 좀체 단서가 안 잡힌다.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나 입맛을 함께 나누는 것이 귀중한 단서일지 모를 일이다. 체제와 이념의 장벽을 쌀의 민족이 쌀로 깬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까닭이 없는 줄 안다.

우리가 사랑의 쌀을 북한에 보내고자 함은 우월감이나 여유때문이 아님을 거듭 알려두고자 한다. 사람끼리의 만남에 앞서 입맛을 나눔을 먼저 하고자 함이다. 북한이 호응하지 못할 이유는 그래서 없다는 생각이 굳어질 뿐이다.

사상의 쌀은 우리네 마음과 성의를 모은 것이다. 물량으로 따질 게 아니라 이웃사랑의 깊이로 헤아려야 한다. 불우한 이웃과 세계의 빈민에겐 마음의 쌀로,북한엔 동포애의 쌀로 계속 문을 두드릴 것임을 약속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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