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급변” 군축에 적극/한·소경협 「잠재성기대」 불구 기업들 과잉경쟁엔 경계/북 개방유도 전향대책도 검토한소·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논의키 위한 11일의 임시국무회의에서는 군비통제조정위원회 설치,한소경협 창구단일화,적극적인 대북 정책수립 등 정부의 북방의지를 가시화하는 각종 정책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물가안정문제등 화려한 외교에 가리워진 내치분야도 적극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외교와 내치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군비통제조정위◁
이날 논의된 후속조치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상훈국방장관이 제기한 군비통제조정위원회 설치문제이다. 이장관은 이날 『앞으로 군비통제와 관련해 정부차원에서 군비통제조정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면서 『이 문제에 관해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강영훈국무총리는 회의 모두에서 『앞으로 남북한간에 군비통제에 관련된 일들이 다뤄지지 않겠느냐』며 『이에관해 철저한 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군비통제 문제가 국무회의석상에서 거론되고 정부차원의 총괄기구 설치가 공식제기된 것은 이 문제가 향후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의제로 부상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소 정상회담등 한반도 주변정세 급변에 따라 남북군축이 가능한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한의 대치현실과 국민감정을 감안,「군축」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꺼려왔다. 현재도 이러한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군축」대신 포괄적 의미의 「군비통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선전적인 의미이긴 하지만 군축을 계속 거론하고 나선 데 반해 우리측은 최근들어 이에대한 대비책을 공식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이 발표되기 직전인 올해초 관계부처 고위실무자들로 안보정책실무대책단을 구성,미군감축문제와 함께 남북군축에 대비한 정책을 수립토록 했다. 외무부 국방부 통일원 등의 관계자들로 구성된 이 대책단은 수시로 회의를 갖고 북한이 최근 제의한 군축안등 남북 군축문제를 논의했으나 관계부처간 회의체라는 성격때문에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한계를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세계적인 탈냉전분위기는 물론 한소 관계개선등 한반도주변정세의 급변은 남북한도 군축을 본격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재빨리 군축안을 제시하는 정치공세를 취했다. 북한의 군축제의가 남북한간 다른 분야에서의 신뢰구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실성을 갖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우나 현실적으로 이 논의를 피할 수 없게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측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한의 개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군축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아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군축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별도의 정부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에서 제기된 군비통제조정위원회는 현재로선 미국의 군축처등 독립기관형태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위원회는 현재의 안보정책실무대책단을 확대·개편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내에 군축문제를 본격 논의할 기구가 발족한다는 것은 남북한관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정부에서도 서서히 일고 있다는 반증으로 파악될 수 있다.
▷경협창구 단일화◁
군비통제조정위원회 설치가 북방외교의 목표인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하체보강」이라면 한소 경협창구 단일화등 대소 조치논의는 북방외교자체를 다지기 위한 「상체운동」이라 할 수 있다.
대소 관계개선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련측이 우리와의 경제협력을 적극 희망하고 있을뿐 아니라 많은 우리 기업들도 미개척시장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이 자칫 부작용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승윤부총리는 소련이 갖는 ▲방대한 소비재시장 ▲원료공급지 ▲상당히 질높은 기술협력관계 가능성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거론했으나 『정부와 기업 모두 성급한 접근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정책수립◁
국무회의는 이밖에 남북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따라 정부는 북한이 지난달 24일 발표된 김일성 시정연설을 토대로 향후의 대남정책을 세워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에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책수립에 있어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에도 불구,북한은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북한을 개방으로 끌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한소 관계개선에서 얻어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다 전향적인 방향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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