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과는 의미상 차… 중앙과 협조 예상/고르비「국가연합」구상 가속화 계기될듯소련러시아공화국 인민대표대회(의회)가 8일 「주권선언」의 일환으로 「공화국헌법 및 법의 연방헌법과 법에 대한 우선」을 결정한 것은 소련정치체제에서 민주적 자치권과 법에 의한 통치가 정착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소련의 정치구조는 지난 2월 공산당의 권력독점 폐기선언이후 당우위정책에서 벗어나 각 공화국 및 지방의회 등에 권력이 이양됐으며,인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권력기구의 대표가 선출되는 등 권력의 분권화와 자치권이 급속히 확대되어왔다.
따라서 소연방의 핵심인 러시아공의 이번 결정을 단선적으로 연방으로부터의 이탈ㆍ독립추구나 고르바초프에 대한 정치적 타격쪽으로만 해석하기 보다는 공화국주민들이 선택한 정부가 중앙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자치 및 자결권을 향상시켜가는 민주화의 한 과정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도 소연방의 통치형태를 「국가연합」으로 구상하고 있으며,각 공화국은 자신들의 결정을 스스로 집행할 수 있는 「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천명해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고르바초프의 이런 구상은 그러나 리투아니아등 발트3국이 완전한 탈소독립을 선언하고 크렘린과의 결별을 주장함으로써 일부 보수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또 현재 경제개혁의 와중에서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국가연합추진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비판도 초래했었다.
하지만 오는 7월초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소련의 정치체제가 다당 제로 갈 수 밖에 없으며,과거의 통치형태와는 달리 「의회민주주의」와 「법에 의한 지배」로 전환되리란 점에서 각 공화국이 주권을 갖고 연방정부와 협조하는 새로운 협정관계를 맺어가리라는 것이 대세다.
고르바초프는 이미 이런 변화를 인식,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신헌법 제1백27조 4항에 연방위원회구성 및 각 공화국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연방에 관한 모든 사항을 각 공화국최고지도자와 협의한다고 못박았던 것이다.
다만 러시아공은 오는 13일께 이번의 공화국법 우위결정 이외에도 ▲천연자원의 공화국 독점권 ▲연방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이탈 등 「국가주권선언」을 채택할 예정이어서 러시아공이 소련 그 자체라고 볼때 소연방에서 차지하는 러시아공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만은 분명하다.
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의장은 이와 관련,『현재 각 공화국에 배급되고 있는 천연가스 원유 등을 국제시세(현 가격의 4∼5배)대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고르바초프가 계획하고 있는 각 공화국간의 시장경제원리 적용원칙에 크게 어긋나지 않고 있다.
또 공화국의 주권선언과 독립은 그 의미상 차이가 있다. 국가와 당이 분리되고 연방정부가 국가중요정책을 결정하며 각 공화국이 공화국자체를 스스로 통치하는 구조는 다민족국가인 소련체제에 가장 적합한 통치형태로서 이는 각 공화국이 주권을 갖는 것이지 연방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가 이번 결정에 대해 러시아공이 소헌법과 상치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 옐친과 「공동의 목표와 과업」이 있다고 밝혀 앞으로 급진개혁파와 연정을 모색하는 등 국내정치의 과감한 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러시아공의 이번 결정으로 발트3국과 분리독립움직임을 보여온 일부공화국에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이나 각 공화국의 주권 및 자치권 확대는 예상된 수순인만큼,앞으로 소련정치가 정치적 다원화시대에 걸맞는 형태로 변화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