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정책 너무 조급하면 손해”/통일 거보 큰 의미 북도 거역못할 것/경제 제일문제… 이젠 희망 가져볼 만/지자제 선거때마다 정치분쟁 곤란/차기정권 담당자는 민주적 절차따라 선출이번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소간의 관계가 86년간의 단절과 불행한 과거를 딛고 정상화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것은 2차대전이후 45년간 냉전체제의 틀속에 묶여온 우리가 냉전시대를 뛰어넘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첫째로 한반도에 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 출발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즉 평화의 시대를 여는 시발입니다.
45년전 우리는 얄타체제로 국토가 분단되었습니다.
40년전 북한의 침략전쟁으로 우리 민족은 큰 비극을 당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줄곧 전쟁의 위협속에 살아왔습니다.
북한의 침략이 가능했던 것도,무력도발의 위협이 현실적이었던 것도 북한의배후에 초강대국의 지원이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소련의 관계정상화는 이러한 전쟁의 위협을 줄임은 물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는,평화통일을 여는 큰 걸음이 될 것입니다.
「신사고」에 입각하여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이 개방과 개혁으로 나아가는 데 북한만이 고도로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소련까지 우리와 관계를 정상화해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명백합니다.
북한도 결국은 개방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셋째,우리의 분단은 우리 민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대국들의 자의로 결정되었으나 통일은 우리의 자주적 역량에 의하여 이루어질 것이란 사실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은 그것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과제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통일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주변국가와의 관계가 성숙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소련,일본,중국… 우리의 분단에 책임이 있는 이들 국가들이 이제는 더이상 통일의 장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날처럼 힘없는 변두리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는 세계가 급변하는 그 한복판,그 중심에 섰습니다』
한반도의 냉전체제 해소와 관련,강대국외교를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갈 계획이신지요. 그리고 예상되는 장애요인은 무엇이겠습니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목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을 만났을때 서태평양해안을 향해 손짓하면서 「귀하가 주도한 페레스트로이카정책으로 세계에는 45년의 냉전체제가 붕괴,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일부 아시아지역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북한은 우리가 아무리 노크를 해도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수없이 모스크바와 북경을 통해서 노크를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과 신뢰가 회복되고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국제사회에서 활약하면 우리는 어느나라에도 지지 않는다는 기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상을 북한측과 함께 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몇년전만해도 독일이 통일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습니까. 우리도 신념을 갖고 임해야 됩니다』
남북한 교착상태 타개를 위해 북한에 대해 새로운 협상제안이나 보다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취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물론 계속 노력해야지요. 현재 제안해 놓은 것보다 더좋은 방법이 있으면 그것을 시도해 봐야겠지요. 나는 고르바초프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것이다. 책임자가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하다.지원해 주려면 이것을 해달라.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을 변화시켜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해 절대로 군사적 우위를 갖지 않겠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러한 맥락에서 진실을 가다듬어 직접,또는 간접으로 계속 북한을 노크할 생각입니다. 노력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고르바초프대통령도 나의 이같은 얘기에 공감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앞으로 한소관계는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 것이라고 보십니까. 특히 경제협력이 잘 진전될 수 있겠습니까.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부문에서 교류와 협력이 한차원 더높게 발전될 것입니다.
한소 경제관계는 상호보완적으로 협력의 넓은 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소련은 세계의 6분의1에 이르는 광대한 국토,3억의 인구에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소련의 기초과학과 첨단기술,중화학 공업기술의 수준은 세계에서 앞서가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와는 지리적으로도 근접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경험,경영과 자본,특히 소련이 필요로 하는 소비재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양국의 이같은 요소가 결합되면 서로의 발전과 번영에 도움이 되는 경제협력이 크게 진전되어 나갈 수 있습니다.
지난 86년부터 본격화된 양국간의 교역량은 작년에 6억달러 정도였는데 올해에는 11억달러선에 이를 전망입니다. 수교가 되면 앞으로 4∼5년안에 1백억달러 수준의 교역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국내의 대소열기와 현실적인 안보사이에는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소련열기가 기존우방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미국등 우리의 오랜 우방들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의 개방과 개혁의 철학을 환영하고 있으며 이를 돕겠다는 태도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한다는 데 미국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부시 미국대통령도 한소 정상회담을 지지했고 새로운 한일 협력관계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북방정책을 너무 서둔다는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
『나는 결코 서두르거나,그렇다고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너무 조급하지 않게,그러나 시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이러한 면에서는 당장 모든 것을 해치울 것이라는 식의 일부 국민의 생각이 오히려 문제입니다. 그렇게 조급하게 몰아붙이면 외교교섭에서 우리가 잃는 것이 많아집니다』
최근 불과 2주사이 노대통령은 일본,소련,미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구태여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무어라 말씀하시겠습니까.
『일본방문이 과거를 정리한 것이라면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가 딛고선 현재를 굳건히 한 것. 그리고 한소 정상회담은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지요. 이 모든 것은 따로 떨어진 별개의 문제가 아니고 하나입니다』
소련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개선은 어떤 속도로 추진되리라고 보십니까. 금년내에 중국과도 소련과 유사한 정상회담이 가능하리라 보십니가.
『한중 두 나라는 역사적ㆍ지리적ㆍ문화적으로 특수한 관계를 갖고 있고 각분야에서 협력증진의 잠재력도 매우 큽니다.
한중 양국은 지난 수년간 비록 공식관계를 아직 갖고 있지는 않지만 실질관계에 있어서는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룩하여 왔습니다.
작년 한햇동안 양국간의 교역량은 31억달러를 상회하고 인적 교류도 2만여명에 달하였습니다.
나는 이번 한소 정상회담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발전등 제반여건의 변화가 한중간의 관계진전을 가속화 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의 연내개최와 같은 생각은 성급한 기대이며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소 정상회담으로 북한을 너무 궁지에 몰게 되는 것은 아닙니까. 북한이 오히려 도발로 나올 가능성은 없습니까.
『북한의 충격은 예상되었던 것이고,또 그렇겠지요. 그러나 무모한 모험을 할 생각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안보면에서 만의 일에 대한 위험에도 물론 대비해야 하지만,북한은 충격에서 벗어나 이성적 자세에 서야 할 것입니다. 북한도 세계와 이 역사의 거센 흐름을 역행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변화해야 하고 또 그럴 것으로 봅니다』
금년 9월 유엔총회에서 한국의 유엔가입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통일이 될 때까지 남북한이 모두 유엔에 가입하는 것이 남북한간의 긴장완화와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급하게 서둘 일은 못된다고 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남북한 관계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입니다』
의원내각제 개헌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의원내각제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그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 선택은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정치현실,국민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의 대통령제가 권의주의 체제와 장기집권으로 이어진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여야의 극한적 대립과 갈등,대통령선거의 과열,지역감정의 격화 등 부작용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에따라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6ㆍ25선언에서도 밝힌 바 있습니다만,우리 국민의 성숙된 정치역량과 사회발전의 정도로 보아 의원내각제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당시 많은 국민이 대통령직선제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헌법은 국민의 뜻에 따라 개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라 안팎으로 우선 대응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개헌을 논의할 시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올해 상반기는 내정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반기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정책방향은 무엇입니까.
『어려운 것은 경제문제입니다. 민생치안문제는 상당히 개선됐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는 대외적으로는 상승무드에 젖어 있습니다. 국민들이 「위기다」 「어렵다」고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발전가능에 대해 용기와 의지,그리고 희망을 갖는다면 현재의 어려움은 쉽게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 모두가 내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지위향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잘 될 것입니다』
차기 정권담당자는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또 언제쯤 부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90년대에 민주ㆍ번영ㆍ통일의 굳건한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국내외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자질과 통찰력을 갖추고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분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바람직한 지도자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복잡하고 다원화된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차기정권 담당자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민자당은 민주정당이기 때문에 우리당의 차기후보자는 헌법과 당헌에 규정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당원과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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