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금융자산 26.4%… 88년보다 늘어/매출액 7% 증가… 80년대 최저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안팎의 경영여건의 악화로 매출액증가세가 크게 둔화돼 8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영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들이 자산중 많은 부분을 금융자산으로 운용하는등 재테크에 열중했으며 특히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은 제조업의 불황과는 대조적으로 81년이후 최대호황을 구가,지난 한햇동안 우리 경제가 투기 열풍에 휘말려 정체되고 있었음을 반증했다.
8일 한은이 발표한 「89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 법인기업의 경영은 노사분규와 원절상,선진국의 수입규제,내수시장개방에 따른 상품판매 경쟁심화 등으로 고전,매출액이 88년보다 불과 7.0%늘어나는데 그쳤다. 이같은 매출액 증가율은 88년의 15.8%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준일뿐만 아니라 80년대 들어 최저치이다. 또한 명목상의 매출액증가율에서 물가상승분 등을 제외한 실질 매출액증가율도 6.0%로 80년의 1.2%이후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매출액 신장세의 이러한 둔화와 아울러 전체매출액에서 경상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2.5%로 88년의 4.5%보다 크게 낮아져 매출부진과 수지악화가 겹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서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명암이 뚜렷이 엇갈렸다. 수출부진과 내수호황이라는 지난해 경제의 커다란 특징을 그대로 반영해 수출기업은 매출액증가율이 0%,매출액 경상이익률이 1.3%에 그친 반면 내수기업은 매출액증가율이 10.8%에 달했고 매출액경상이익률도 3.1%로 전체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1년전만 해도 수출기업의 매출액증가율과 매출액경상이익률이 각각 16%와 4.1%로 내수기업의 15.7%와 4%를 앞질렀는데 89년 들어 처지가 역전돼 버린 것이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매출액 둔화세가 심해 대기업 매출액증가율이 8.6%인데 비해 중소기업 매출액증가율은 2.0%에 불과했다.
제조업체들은 경영여건의 악화 속에서 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조업체의 자금조달총액중 자기자금의 비중은 88년의 65.6%에서 53.6%로 낮아지고 타인자금의 비중은 34.4%에서 46.4%로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타인자금비중이 높아졌음에도 자산운용액중 기타금융자산의 비중은 88년의 26.2%에 이어 26.4%를 차지,재테크가 2년째 계속 됐음을 보였다.
영업실적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재무구조는 자기자본비율이 88년의 25.3%에서 28.2%로 높아지는등 수치상으로 개선됐으나 이것이 영업이익에서 나온 잉여금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산재평가에 의한 자본잉여금의 큰폭 증가에 기인한 것이어서 크게 실속은 없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종업원 1인당 생산해낸 부가가치의 증가율은 19.4%로 88년의 21.1%보다 낮아졌으며 인건비상승률 24.9%에 비해 상당부분 뒤져 임금이 오른만큼 생산성이 뒤따라 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생산된 전체 부가가치중 근로자들에게 돌아간 몫을 말해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은 87년이후 3년째 계속된 두자리수 임금인상 덕분에 51.2%를 기록,절반을 넘어섰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 79년 단한차례 50.3%로 절반을 넘어섰다가 다시금 악화돼 40%대를 맴돌아 왔었다.
그러나 이같은 노동소득분배율은 일본의 69.0%(88년 기준)에 비해서는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체들의 차입금평균 이자율은 연 13.6%로 88년의 13.0%보다 0.6%포인트가 높아져 정부의 금리자유화조치로 기업들에 오히려 금리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부진속에서도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오락 및 문화예술서비스업,건설업 등은 매출액증가율이 각각 32.5%,13.3%,18.9%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려 투기ㆍ소비업종이 강세를 보였고 주택건설이 활발해 짐에 따라 건설업도 큰 폭으로 매출액이 늘었다.
지난해 계속된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제조업체의 임차료부담도 크게 늘어나 생산된 부가가치 중에서 2.8%가 임차료로 지불됐다. 이는 88년의 2.5%보다 0.3%포인트가 늘어난 셈인데 올해는 3%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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