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ㆍ고르바초프 회담에서 한ㆍ소 양국이 수교를 포함하여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의견을 같이한 후 세계의 관심은 북한의 반응이었다. 만일 북한이 이를 긍정적으로 이해내지 동참할 경우 쟝래 남북한간의 교류협력증진은 물론 통일노력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비난과 부정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그들의 반응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한ㆍ소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은 당기관지인 노동신문 보도와 허구적인 대남선동기구인 한국민족민주전선(구 통혁당)의 성명으로 한ㆍ소 양국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퍼부었다. 그들의 논지는 이번 회담이 「2개의 한국을 국제적으로 합법화하기 위한 범죄행위」라는 것과 양측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배신적인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북한의 논리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념을 달리하는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며 특히 남북한간의 활발한 대화와 접촉을 하고 전쟁재발방지와 긴장완화를 위한 평화노력을 하는 것이 어째서 「2개의 한국과 영구분단의 책동」인가 반문하고 싶다. 이것이야말로 장래 통일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자 당연한 노력으로 봐야 할 것 아닌가.
우리는 이번 한ㆍ소 정상들의 만남에 북한이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대치상대인 남한의 국가원수가 공산종주국인 소련의 최고통치자와 대좌했다는 것은 자칫 북한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회담전후 그들 스스로가 중단했던 남북대화의 전면재개를 시사하고 새 군축안을 제의했으며 미국과 쌍무회담을 갖자는 의사를 밝힌 것 등은 갖가지 충격을 완화,방지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어쨌든 북한이 겉으로는 한ㆍ소 정상회담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그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싶다. 오히려 그같은 비난은 대외적인 체면유지와 내부적 결속용임은 물론 한ㆍ소 밀착무드에 대응하는 새로운 변화의 시도,즉 중대한 조치내지 결단을 위한 시간벌기로 보는 관측 또한 유력하다.
우리는 여기서 북한에 대해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현단계에서 남북관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상호침략,즉 전쟁도발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는 일과 과중한 군사비 부담을 줄이는 일이며 이와 병행하여 남북한간의 인적 물적교류를 촉진하는 일이다.
우선 상호불신제거는 과거 한반도 분단의 책임이 있는 미국과 소련이 후견인이 되어 이를 보증하는 것임을 알아야 된다. 다음으로는 군비축소를 통해 군사비부담을 대폭줄여 주민복지와 평화유지비용으로 전환하는 과업이다. 오늘날 북한의 경제,북한주민들의 생활이 어느정도인가 온세계가 너무나 잘알고 있다. 그러한 바닥경제 최빈국의 상황에서 국민총생산의 30%이상을 해마다 군사비로 충당하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
이제 북한의 선택은 둘중의 하나다. 현재와 같은 폐쇄와 내부억압으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화해물결에 참여,점진적인 개방과 개혁으로 긴장완화와 함께 남북간 대화와 교류의 폭을 넓히느냐이다. 얼마전 소련의 유력한 시사주간지가 지적했던 북한의 김일성이 제2의 차우셰스쿠가 되지않고 남한과 공존공영을 하기 위해 어떤선택을 해야하는가는 김일성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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